[기고]"한국인 증시 기피 당연"-세걸만

[기고]"한국인 증시 기피 당연"-세걸만

정리=정희경
2005.01.05 09:57

[기고]"한국인 증시 기피 당연"-세걸만

나는 지난 달 머니투데이 기고에서 한국 투자자들의 증시 염증을 지적했었다. 브라질과 캐나다는 자국 주식의 93%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증시 외면으로 인해 44%를 외국인이 갖고 있다.

이 불균형은 며칠 전 해괴한 연대를 도출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낮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적에도 재벌들이 우리당을 설득해 자신을 보호하는 법안(증권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분배를 내세우는 우리당의 로빈후드들이 재벌 셰리프에 속아 넘어가리라 누가 상상했겠나.

지배 주주들은 우호지분을 신속히 늘릴 수 있게 됐다. 경제와 안보가 명분이지만 나머지 주주들에게는 손해다. 외국인은 보유 목적을 신고해야 한다. 한국이 앞으로 외국인에게 낙인을 찍을 지 모를 일이다.

지분 44%의 외국인과 미련하게 다투는 대신 한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접근을 권하고 싶다. 이는 코스피 지수를 2000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 반면 외국인 차별은 분명히 300선을 붕괴시킨다.

한국인은 왜 증시를 싫어할까? 5년 전 바이 코리아 스캔들은 매우 나쁜 인상을 남겼다. 경험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들은 뮤추얼 펀드나 주식형 수익증권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려 한다. 1999년 랠리 당시 20조원 이상의 자금이 이들 상품에 몰렸다. 현대증권의 "바이 코리아" 펀드가 단연 최대였다.

현대는 1997년 외환위기의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순진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바이 코리아가 한국을 살린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금 모으기 운동과 마찬가지로 한국 주식을 사면 취약한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연 30%의 수익률을 보장 받기도 했다.

바이 코리아 펀드는 최고의 주식들만 사지 않고, 파산 직전의 대우를 포함해 부실기업의 회사채 등을 상당수 편입시켰다. 바이 코리아 매니저들이 현명하게 운용했겠지만 문제는 한국 금융기관의 고객 자금이 종종 남용된다는 점이다.

재벌 기업 A와 B가 각각 정크 본드를 발행하면 계열 금융 회사들은 위험 부담 없이 고객 돈으로 상대방 채권을 매입해 줄 수 있다. 재경부가 공적자금을 내놓거나 산업은행이 좀비 기업을 위한 정책자금을 요청하면 고객 돈은 역시 하수구로 흘러 들어간다. 자기 자본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금융기관은 없을 것이다.

바이 코리아가 낸 손실은 일반 투자자들이 대신 졌다. 현대증권의 이익치 회장이 구속됐지만 고객들은 손실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 고통스런 기억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달라졌다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펀드들은 여전히 최소 10%를 현금으로 보유하게 돼 있다. 현금은 은밀하게 쓰일 수 있다. 순수한 주식형 펀드 역시 규정상 자산의 70%만 주식으로 편입하면 된다. 최대 30%는 회사채나 정크 본드, 다른 의심스런 투자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우와 바이 코리아의 관계가 LG카드 및 현재 뮤추얼 펀드간에 재연될 수 있다. 물론 투자자 책임 조항이 있다. 유능한 투자자들이 펀드의 실적을 점검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매니저들은 교체돼 버린다.

한국의 일반 투자자들은 증시를 카지노로 간주한다. 주주는 회사 경영권의 일정 몫을 갖는다는 인식이 없다. 고질적인 기업 반감으로 인해 주권에 대한 믿음도 없다.

두 주 전 갤럽 조사에서 부자와 기업 오너에 대한 반감이 67%와 62%로 나타났다. 이는 보통의 한국인들이 대기업 회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자유시장 경제에서 주주들은 언제나 기업 발전에 전념하는 이사를 뽑는다. 이사회는 모든 주주들의 이해를 대변해 경영의 최적임자로 회장과 최고경영자를 결정한다.

한국은 그러나 봉건시대 경제여서 창업주 가족만 회장이 된다. 창업주 지분은 대개2%가 안된다. 앞으로도 자질에 관계없이 일반인을 회장에 앉히지 않을 것이다. 창업주 가족은 귀족이다. 일반인은 농노로, 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힘들게 번 돈으로 그들을 신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소액 투자자들의 요구에 초점을 맞춰 증시와 기업에 대한 신뢰 회복에 나서는 게 내 유일한 기대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한국을 신뢰하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국 가운데 가장 높은 44%의 지분율이 그 증거다.

기고 원문 'No Wonder Koreans Hate Their Own Stock Market'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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