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경제 待春賦

[기고]한국경제 待春賦

조용수 LG경제硏 연구위원
2005.01.14 15:36

[기고]한국경제 待春賦

겨울 한파가 매섭다. 예년보다 기온이 크게 낮은 맹추위가 계속되고, 한강도 지난해보다 보름 가까이 빨리 얼어붙었다고 한다. 칠한이온(七寒二溫)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전래의 겨울날씨 패턴인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지켜지지 않고, 1주일가량 강추위가 이어지다 하루이틀 정도 반짝 풀렸다가 다시 한파가 맹위를 떨치기 때문이다. 거리의 칼바람을 헤치고 일터로, 또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물색없이 힘자랑만 하는 동장군에 대한 원망이 묻어난다.

풀릴 듯하면서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매운 겨울날씨가 최근의 경기상황을 닮은 듯하다. 삼한사온의 날씨 패턴이 어느샌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졌듯,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경기패턴도 한국경제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경기는 2000년 8월 이래 50개월 이상 추세적인 하락국면을 지속하는 중이다. 장기불황의 초입을 넘어섰다는 진단도 제시됐다.

지난해 2차례 금리를 내리고 추경편성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등 정부는 경기에 군불을 때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내수경기의 추락은 최근까지 하염없이 계속됐다. 소비나 투자 관련 지표들은 외환위기 당시에 버금갈 정도로 나빠진 상태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경기전망도 계속 헛발질이다.

전문가들이 내다본 내수회복 시기는 지난해 초반에서 후반으로, 그리고 최근에는 올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계속 늦춰지고 있다. 이제 한국경제는 백약이 무효고, 거시경제정책의 무력화시대가 왔다는 탄식도 있다. 한국경제의 봄은 이제 영영 오지 않는 것일까.

정책당국에서는 연초부터 경제회생에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도합 100조원의 재정지출이 예정돼 있고, 하반기에는 소위 뉴딜정책을 실행에 옮겨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5% 성장과 40만개 일자리 창출 목표를 기필코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다. 굳이 `올인'(all-in)이라는 카지노용어를 써야 하는지 다소 마뜩찮기는 하지만 `경제 올인' 밖에는 길이 없다는 현실인식은 올바르다.

다만 잊지 말아야할 것은 한겨울 들판에 불을 지른다고 봄이 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들불이 훨훨 타오르는 모습이 좋은 눈요깃거리가 될 수 있고 구경꾼들에게 일시적으로 훈기를 전해줄 수는 있다. 병충해를 없애 다음해 농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다. 들불이 봄을 만들지는 못한다. 자연의 진리는 때가 흘러야 겨울이 물러나고 봄이 온다는 것이다.

재정지출 확대와 같은 거시경제정책이 한겨울 들불처럼 일시적인 훈기를 불어넣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반드시 노동 금융 과학기술 교육 등 우리 경제의 근본체질을 튼튼히 할 수 있는 각종 미시정책과 병행돼야 한다.

최근의 경제난을 단순히 경기정책만으로 풀어나가려고 해서는 안된다. 내수침체와 양극화를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들을 찾아내서 하나씩 고쳐나가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경제가 봄다운 봄을 맞으려면 인내와 고통의 자기혁신이라는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그 터널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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