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증권 집단소송제, 한번만 더...

[광화문]증권 집단소송제, 한번만 더...

이백규 부장
2005.01.27 12:13

[광화문]증권 집단소송제, 한번만 더...

증권집단소송제 시행과 관련해 두가지 쟁점이 있다.

집소제 시행으로 국내 기업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주장과 그렇지 않을 뿐더러 설사 그렇다 해도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차제에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돼있다는 점이다.

둘째, 이런 대립을 어떻게 봐야하고 그럼 앞으로 뭘 할 수 있느냐의 현실진단과 실행의 문제이다.

집단소송이란 주식투자자, 특히 소액주주가 주가조작·허위공시·분식회계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한 사람이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같은 피해를 입은 나머지 투자자들은 별도의 소송없이 동일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이중 분식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

집소제는 전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유일하게 한국이 도입하려 하고 있다. 세계 최대 보험그룹인 AIG 모리스 그린버그 회장은 미국 사법체계상 가장 엉성한 제도라고 혹평한바있고 부시대통령은 연말 한 강연에서 미국 기업들이 집소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경고한 바있다.

엉뚱한 기업이 집소 대상이 되어 하루아침에 거덜나는 경우가 왕왕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전문가들은 20% 내외의 기업이 과거 분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본다. 이들중 일부는 탈세나 주가조작을 위해 고의로 분식을 한 경우도 포함돼있겠지만 대부분은 정치자금이나 경영관행상 필요에 의한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치자금을 제공한 업체의 경우 그만큼 가공자산을 계상해놓았을 것이고 이는 향후 손익계산서상에 나타나지 않지만 대차대조표에는 과거의 잘못이 그대로 남아있고 집소제 시행으로 한 소액주주가 이를 트집잡으면 당하게 돼 있는 것이다. 수출업체들, 특히 개도국과 교역이 빈번한 기업들 가운데는 후진적인 현지 상황에 맞춰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거래가 왕왕 있어 왔다는 점도 주목대상이다.

관행상 불가피해 봐줘도 될만한 기업들과 그렇지 않고 죄질이 심한 기업 가운데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고 이점이 집소제 유예를 주장하는 측의 아킬레스 건이 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 얘기를 들어보면 문제의 기업들은 심각한 분식 사실이 드러나면 집소법 말고 다른 법령에 의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돼있다. 위법 기업을 걸러낼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지난 연말 집소제 시행을 2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 심의 과정에서 합의를 깨고 열린우리당 의원 4명이 갑자기 반대 쪽으로 돌아서 결국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면 된다. 대부분의 12월 결산기업들은 2~3월에 회계정리를 마치고 장부를 작성하기 때문에 장부 작성 전에 조치가 취해지면 된다. 마침 열린우리당 새 수뇌부가 잇달아 재계 입장을 지지하고 나서 `2년 유예'는 힘을 얻어가고 있다.

정부는 집단소송를 안하겠다는 게 아니다. 2년 유예로 과거사를 정리할 기회를 한번만 더 기업에 주자는 것이다. 2년 유예안을 거부한 우리당 의원 4명은 시대상황을 둘러보지 않고 공자님 말씀 같은 '경제정의 실천'이라는 순수성에만 너무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그것도 지금 당장해야 한다는 조급성에 휘둘려져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볼일이다.

재계의 건의를 수용해 집소제 유예에 앞장섰던 윤증현 금감위위원장은 국회와 법무부등 관련부서를 설득할때 "월급과 세비가 어디서 나오는가. 결국 기업활동이 왕성해져야 나라경제도 잘되고 소득도 늘어나 것"이란 논리를 폈다고 한다. 2년이상 장기 불황에 빠진 경제를 생각하면 기업에 유리하냐 불리하냐가 판단의 잣대가 되어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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