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치판 닮아가는 노동판

[기자수첩]정치판 닮아가는 노동판

여한구 기자
2005.02.04 11:33

[기자수첩]정치판 닮아가는 노동판

국내 노동운동의 '진골'임을 자처하는 민주노총이 '삐걱'대고 있다. 곳곳에서 '출범 이후 최대 위기'라느니 '난파 직전' 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사실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잡음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는데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노조의 '취직장사'에 이어 최근의 대의원대회 '난투극' 까지. 배곯아가면서 정권의 탄압에 숨죽이면서도 오로지 '노동자가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초기의 순수성은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우리가 그렇게 손가락질하는 '정치판'의 권모술수만 넘치는 듯 하다.

노조간부라는 지위를 악용해 썩은 동앗줄이라도 잡고 싶은 구직자의 '뼈골'을 빼먹는 행위나, 절차적 정당성은 깡그리 무시하고 조직폭력배들의 '깽판놓기'를 빼다박은듯한 폭력행위는 어떤 변명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일련의 과정에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한달도 안된 사이에 두번이나 국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려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노동운동의 순수성은 살아 있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기아차는 자본의 못된 습성에 빠져버린 일부 간부의 '개인비리'요, '난장판'폭력은 좌익 소아병에 물든 소수파의 일탈행위라고 자위했다.

내부 진통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아니, 계파간 갈등이 더 커질지도 모를 일이다. 일부에서는 '이러다가 민주노총이 깨지는 것 아니냐'고 바라보기도 한다.

경황은 없겠지만 이수호 위원장을 비롯, 민주노총 지도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만 한다. 땜질식 봉합이 아닌 왜 이런 사태까지 오게 됐는지를 되돌아보아야만 한다. 얼마나 많은 선배들의 피가 모여서 오늘날의 민주노총이 건설됐는지, 또 얼마나 많은 현장 근로자들이 민주노총에 기대를 걸고 있는지를 말이다. 핵심은 '순수성' 이다. 이대로 나가다가는 '노동판'이라는 비아냥마저 듣게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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