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통신과 방송이 만났을 때
휴대폰으로 즐기는 방송,'내 손안의 TV'라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은 통신인가 방송인가. 정보통신부는 통신이라 하고, 방송위원회는 방송이라 한다.
그렇다면 인터넷망을 이용한 IP TV는 통신인가 방송인가. 역시 정통부는 통신이라 하고, 방송위는 방송이라 한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IP TV는 방송이 아니라 주문형 인터넷콘텐츠이기 때문에 아예 이름 자체를 ICoD(Internet Contents on Demand)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이 진짜로 맞는 얘기인지 여기서 더 따지고 싶지는 않다. 두 기관의 짜증나는 밥그릇싸움을 다시 들추는 일이 유쾌할 리 없다.
DMB와 IP TV가 통신이든 방송이든 사실 소비자 시각에서 보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들에게는 통신과 방송이 환상적으로 만난 새로운 첨단 서비스로 다가설 뿐이다. 통신이기도 하고 방송이기도 한 그것을 '통신은 아니다', 또는 '방송은 아니다'고 우기는 두 기관이 소비자 눈에는 얼마나 한심하겠는가.
이런 예는 또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종주국이 된 온라인 게임은 산업인가 문화인가. 정통부는 산업이라 하고, 문화관광부는 문화라 한다. 얼마나 다투는지 도저히 답이 안나와 결국 총리실이 중재에 나선 상태다.
이런 식이라면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 복제연구를 놓고 과학기술부는 과학이라 하고, 보건복지부는 의료 문제라고 우기고 나서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같은 문제를 잘 풀어보라고 과기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고 과학기술 관계장관회의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어째 온전하게 굴러가는 것 같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문광부 장관은 과기장관회의의 멤버가 아니고, 방송위원장 또한 과기부총리의 지휘를 받아야 할 이유가 하등 없다. 그러니 정치적 판단까지 고려하는 총리실이 개입하는거 아닌가.
과학과 기술은 갈수록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융합한다. 그것은 과학과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수시로 문화 영역과 섞이면서 새로운 풍속을 만들어 간다. 이른바 초고속 `퓨전의 시대'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쏙 빼먹은 채 과기장관회의를 만들었으니 진짜로 중요한 과학기술 현안들은 여전히 답답하게 원점을 맴돌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기술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DMB는 통신인 동시에 방송이다. IP TV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두개의 영역이 섞인 퓨전형 산업이기에 더욱 통신답고,더욱 방송다와야 한다. 기술적으로 앞서가야 하는 것은 물론 이를 채우는 컨텐츠 또한 풍성하고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시장이 외면할 것이다.
독자들의 PICK!
온라인 게임 역시 신세대 산업인 동시에 문화다. 산업적 측면만 보면 내용이 빈약해지고, 문화적 측면만 보면 디지털컨텐츠가 지닌 엄청난 산업적 잠재력을 놓치게 된다.
그러기에 통신-방송 통합위원회를 만드는 일은 더 이상 지체해선 안된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한다. 또한 문광부 장관은 당연히 과기장관회의의 정규 멤버로 참여해야 한다.
저마다 제 밥그릇을 챙기느라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면서 한세월을 보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