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총리 인선 '경마식 보도'
"경마 중계방송 합니까" 지난 9일 저녁 인터넷으로 가판신문을 훑어본 청와대 관계자가 경제부총리 인사 관련 보도를 두고 한 말이다. '압축' '경합' '유력' 등 제목만 보면 이해가 가는 촌평이다.
게다가 언론사별로 ‘베팅’을 한 후보들이 다르니 '경마'로 받아들일 만하다. 일국의 경제수장 인선을 두고 섣불리 보도하고 있는 언론을 향한 청와대의 일침으로도 들린다.
그러나 이번 경제부총리 인선 과정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행보를 보면 '경마 중계'(?)를 즐기는 눈치다. 인사 진행 과정을 조금씩 공개하면서 중계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게 이유다.
10일에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후보에 한명을 추가했다며 공개했다. 다른 관계자는 가능한 공개하는 노력을 설명하며 '투명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인사 관련 과잉 취재 경쟁으로 인한 오보 양산을 탓하고 후보들의 명예를 거론하며 주의를 환기시켰던 과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사실상 '언론 검증'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여론 재판'에 밀려난 전례를 감안할 때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현실화되고 있는 또다른 폐해는 섬뜩하다. 이미 후보군에 포함된 이들이 '검증'이란 미명하에 점차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의혹'은 확대 재생산되며 그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
청와대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며 안위한다.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80년대 공직생활을 한 사람중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 있겠냐"고 할 정도다. 그만큼 현실과 국민의 눈높이 사이에 괴리가 있고 그 차이를 메우기가 쉽지 않다는 고백이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자위'보다 '도덕적 잣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게을리한 데 대한 반성이다.
검증 기준에 대한 합의 없이는 누가 부총리가 돼도 '돌팔매'를 피하기 어렵다. 지금은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리요'라고 한 예수의 말을 떠올린 때인 듯 하다. "차라리 이헌재 전 부총리 사표를 반납하는 게 낫다"는 우스개 소리가 씁쓸하게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