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반격(反擊)이 안 먹힐 때"

[내일의 전략]"반격(反擊)이 안 먹힐 때"

이상배 기자
2005.03.25 18:50

[내일의 전략]"반격(反擊)이 안 먹힐 때"

"이번에는 반드시 뿌리를 뽑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일 신독트린'을 "국내용"이라고 폄하한 일본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지 이틀이 지났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 다케시마(독도)의 날 선포, 역사교과서 왜곡 등에 대해 노 대통령은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 아무런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행인지 불행인지, 일본 외무성은 지난 24일 회의 끝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 중의원 의원이 "지금까지 쌓아온 한일관계를 시궁창에 버리는 것 같은 담화"라고 밝히는 등 일부 정치인이 강경발언을 한 정도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게 마련이지만, 때론 반작용이 아주 미약한 경우도 있다. 물리학의 세계에서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뉴턴의 운동 제3법칙) 대로 양쪽의 힘이 같아야 하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그렇지만도 않다.

25일 유가증권(거래소) 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8.97포인트 오른 965.30으로 장을 마쳤다. 모처럼 '반등'이라 할 만한 반등이 나왔지만, '다소 약하다'는게 지배적인 평가다.

우선 상승률로는 0.94%로 1%도 채 안 된다. 지난 23일과 24일의 하락율은 각각 1.39%, 1.08%였다. 거래대금도 1조7283억원으로 전날 2조6581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603억원으로 전날(2298억원)의 1/4 수준으로 줄어든 틈을 타 기관이 854억원 어치 순매수에 나서며 반등을 이끌었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기술적인 반등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아래로 향하는 힘이 강하는 것.

강신우 PCA투자신탁운용 전무는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940선 지지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반등이 나타난 것"이라며 "다분히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900대 중반에서 반등했지만 하락세는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본다"며 "5월초 또 한 차례의 미국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조정이 마무리됐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승연 교보투신운용 상무는 "신흥시장(이머징마켓)에서의 유동성 이탈 뿐 아니라 1/4분기 기업실적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할 시점이 됐다"며 "그동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했었는데, 3월 소비지표 등을 통해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보다 장기자금이 문제

외국인이 17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매도 강도는 약해졌지만 미국 증시가 25일 성금요일로 휴장한데 따라 휴가를 떠난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2003년 4월 이후 외국인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총 2000억달러를 순매수했고 국내에서는 약 290억달러(29조원)을 순매수했다. 이 자금 중에는 아시아의 성장 동력을 보고 들어온 장기 자금도 있고 미국 금리 하락을 틈타 돈을 빌려 투자했거나 달러화 약세를 노린 단기 자금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이사에 따르면 2003년 4월에 들어온 자금 중 버진 아일랜드와 케이먼 등 조세 회피지역에 있는 헤지펀드 자금은 약 2% 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올해들어 헤지펀드가 가장 많은 버진 아일랜드와 케이먼 쪽 자금의 매매비중이 외국인 매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의 5%에서 15%로 높아졌다는 점.

이 이사는 "헤지펀드들이 올들어 사고 팔고를 매우 빠르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3월 자료가 나와보면 이 헤지펀드들이 국내에서 빠져나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황상 달러 캐리트레이드를 하는 헤지펀드 자금들의 이탈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 장기 자금들의 움직임이다. 글로벌 펀드의 흐름을 조사하는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이번주에 아시아, 신흥유럽, 남미 등에 투자하는 4개의 신흥시장 펀드가 7주일만에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 이사는 "장기 자금은 주가가 떨어지면 후행적으로 환매를 하는 경향이 있고 펀드에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 주식을 팔아야 한다"며 "이번주 7주만에 처음으로 신흥시장 펀드에 환매가 들어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 환매로 인한 장기 자금들의 매도 강도가 조정의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장기 자금들의 환매, 즉 매도가 올 5~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이사는 "아시아 성장 동력에 대한 믿음이 계속되는한 장기 자금의 이탈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강도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채원 동원증권 자산운용본부 상무도 "지금은 행동을 취할 때가 아니라 지켜봐야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시장이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아갈지 불확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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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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