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

[내일의 전략]"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

홍찬선 기자
2005.03.29 17:04

[내일의 전략]"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

결국 찜찜하게 여겼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기계(프로그램매매)가 대규모로 팔자를 내놓음으로써 팽팽하던 균형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칼로 일어선 무리는 칼로 망하고, 복권으로 일군 부(富)는 복권으로 없어지고, 프로그램 매수로 유지됐던 주가는 프로그램 매도로 무너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가슴 아프게 새겨야 하는 하루였다.

국내외 거시경제도 악재로 작용했다. 2월중 산업생산이 -7.3%로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던 도소매판매도 8개월째 감소했다(2월이 1월보다 증가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일본의 2월중 실업률이 4.7%로 높아졌고, 가계지출이 4.1% 감소했다는 소식으로 일본 주가가 급락했다. 나쁜 일은 겹쳐온다는 화불단행(禍不單行)처럼, 악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추가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b<기계와 외국인의 ‘쌍끌이 매도’에 무릎 꿇은 ‘적립식펀드 효과’

29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8.74포인트(1.92%) 떨어진 958.96에 마감됐다. 적립식펀드 효과로 이틀 동안 21.37포인트가 하룻만에 거의 대부분 날라 갔다. 프로그램매매에서 2120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도 220억원 순매도해 주가하락폭이 커졌다. 외국인 19일 동안 1조9000억원 가량 순매도했다. 코스닥종합지수도 6.57포인트(1.43%) 하락한 453.24에 거래를 마쳤다.

주식을 내다팔려는 사람이 많은 반면 매수세력은 적어 거래가 부진했다. 거래대금은 거래소 2조1763억원, 코스닥 1조1935억원으로 3조3698억원에 머물렀다. 하락종목이 거래소 558개, 코스닥 565개로 상승종목(거래소 183개, 코스닥 254개)보다 훨씬 많았다. 지수하락폭이 컸던 만큼 체감 주가도 폭락한 셈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이 주가급락 불러

이날 아시아 증시는 대부분 급락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192.48엔(1.63%) 떨어진 1만1599.82엔으로 밀려났다. 대만 자취안지수도 87.85포인트(1.45%)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179.45포인트(1.32%, 오후 3시30분 현재) 떨어졌다. 호주 All지수도 1.07% 하락했으며 인도네시아 주가도 4% 폭락했다.

일본의 2월중 실업률과 가계지출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한국의 2월중 산업생산활동 발표도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기대감을 뒷받침하는데 역부족이었다.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도로 수급균형이 무너지는 시점에서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증시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급락했다.

증권주의 급락..4월 중순까지 30~40포인트 추가하락에 대비

이날 증권업종지수는 52.07포인트(4.11%) 하락한 1215.33에 마감돼 하락률이 가장 컸다. 지난 3월11일의 장중고점(1508.12)보다 292.79포인트(19.4%)나 폭락했다. 게다가 이날 종가는 장중 저점이어서 추가하락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지난 21일 단기 데드크로스가 발생한데 20일 이동평균(1349.95)이 이날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60일(1194.42)과 120일(1021.48)에서 지지선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최근 들어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있어 지지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19일 동안 지속된 외국인 매도, 어떻게 봐야 하나

지영걸 신영투신 이사는 “최근 들어 종합주가지수 고점 목표가 1030~1040으로 낮아져 상승에 따른 수익률이 적어지고 있는 터에 수급과 펀더멘털이 나빠져 매수세가 약화되고 있어 주가는 당분간 약세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상승여력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에 매수세가 살아날 것”이라며 “4월은 초반에 하락한 뒤에 하순으로 갈수록 상승세로 돌아서는 전약후강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모멘텀이 없다. 4월은 조정

“글로벌 유동성 장세의 끝” vs “최악의 국면 지나가고 있다”

외국인이 19일 연속 주식을 내다팔고 있는 것은 미국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면서 긴축정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 FRB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나타내면서 금리 인상을 강화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신흥시장으로 유입됐던 국제투자자금이 미국으로 환류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공허한 '부활의 노래'

조 본부장은 “그동안 IT주식을 주로 팔았던 외국인이 최근 들어 철강 유화 해운 정유 조선 등 지수상승을 이끌었던 종목도 매도하고 있다”며 “외국인 매도가 이어질 경우 종합주가지수는 92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Facts vs Stories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은 그러나 “외국인 순매도는 주가와 환율에서 이익을 낸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라며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도 상승하고 있어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는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2월중 산업생산과 도소매판매는 경기가 저점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수는 있지만 조만간 오름세로 돌아서 다시 1000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소니 쇼크'와 주식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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