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스태그플레이션과 골디락

[내일의 전략]스태그플레이션과 골디락

이상배 기자
2005.04.01 17:07

[내일의 전략]스태그플레이션과 골디락

"생뚱맞게 웬 스태그플레이션?"

얼마전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인 필립 코갠(Philip Coggan)의 코멘트를 읽던 중 내뱉은 혼잣말이다.

이 코멘트에서 코갠은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경기가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 가운데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4%나 뛰어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는 기업의 주문이 급감하는 등 경기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게 코갠의 주장이다.

앞서 모건스탠리 런던지점의 조아킴 펠스 분석가도 지난달 22일 보고서에서 "생산성 증가율 둔화와 약달러의 후행 효과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 한국 주식시장 분위기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은 엉뚱하기 그지없다. 다소 둔화되기는 했지만 세계경기는 여전히 회복세에 있다는게 시장의 컨센서스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틀린 것만도 아니다.

적어도 중단기적으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석현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추세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미국 기업들의 가격결정력이 높아지면서 비용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며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지수도 약 60 수준에서 50대 중반으로 떨어지고 있는데서 보듯 경기 모멘텀도 둔화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투자자문사 펀드매니저는 "고성장과 저인플레이션이 골디락이라면, 저성장과 고인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며 "글로벌 경기가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아니더라도 골디락과 스태그플레이션 사이를 오갈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골디락으로? 아니면 스태그플레이션 쪽으로? 1일(현지시각) 발표될 미국 고용지표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지금 시장은 각각의 변수들에 대해 양쪽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둬야만 하는 시점에 와있다.

달러화는 최근 이틀간 약세를 보이긴 했지만 앞서 2주일 동안 강세를 보였다. 장기적으로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지만, 적어도 중단기적으로 달러화가 바닥을 찍고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 달러화의 강세는 곧 유가 등 원자재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신흥시장(이머징마켓)의 자산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박경일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미국이 약달러 정책을 펴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대규모 경상적자는 줄어들지 않았다"며 "대규모 쌍둥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기적으로 강달러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 역시 염두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외인 매수에 980선 탈환

4월의 첫 거래일 주식시장은 오름세를 보이며 980선을 탈환했다.

1일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6.22포인트 (1.68%) 오른 981.90에 장을 마쳤다. 종합주가지수가 980선을 웃돈 것은 지난달 22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이 소폭 매수에 나서면서 투자심리를 개선시켰다. 장초 미국 증시 하락에 소폭 약세 출발했지만 이후 프로그램을 포함한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지수는 회복흐름을 보였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된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 대형 정보기술(IT)주들이 상승의 선봉에 섰다.

외국인은 12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는데, 전기전자업종에 대해서는 470억원 어치 매수우위를 보였다. 기관이 1056억원 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반면 개인은 161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미 고용지표 주목

이번주 최대 이벤트로 손꼽혔던 3월 고용지표가 1일(현지시간) 발표된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3월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수는 22만1000명. 이는 2월의 26만2000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지만 2개월 연속 20만명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최근 분석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을 만한 수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업률은 2월의 5.4%에서 5.3%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어졌던 고용상황에 대한 낙관론이 전날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주간 실업수 당신청자수 발표로 다소 흔들리고 있다고 마켓워치는 지적했다. 전날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6일까지 1주일간 실업수당 신청자수는 2만명 증가한 35만명으로 당초 예상치인 32만명을 크게 상회했다.

실제로 리먼 브러더스의 이코노미스트인 드류 메이터스는 전날 실업수당 신청자수 발표 이후 3월 비농업부문 취업자수 전망을 기존 24만명에서 20만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또한 1월과 2월 수치가 당초 예상치를 크게 벗어났다는 점에서 이번 역시 전문가들의 예상치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고 더스트리트닷컴은 지적했다.

2월 취업자수의 경우 전문가들은 22만5000명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26만2000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으며 1월의 경우에는 월가 예상치는 20만명이었으나 실제 수치는 14만6000명에 불과했다.

윈드햄 파이낸셜 서비스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폴 멘델슨은 "3월 취업자수는 특히 전망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이코노미스트들은 공급관리자협회(ISM)의 고용지수를 감안해 같은 달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수를 예상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아직 ISM 자료가 나오지 않아 3월 취업자수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편 해리스 네스빗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그레고리는 "3월 신규 취업자수가 20만~22만5000명 사이로 나오면 2월 당시처럼 '골디락'(Goldilocks)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디락'은 미국 경제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경제 성장은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은 잘 억제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레고리는 "만약 3월 취업자수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을 경우 빠른 경제 성장에 대한 확신으로 국채수익률일 크게 오를 수 있고 이는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반대로 취업자수가 예상을 크게 밑돌 경우 경제 성장이 부진한 것으로 해석돼 역시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이날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10시30분)에 3월 고용지표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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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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