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기업 해외투자 막는건..."
"고래가 우물 안에 갇혀 있는 격입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이렇게 표현한다. 몸집은 세계 9위의 무역국,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커졌는데 사고는 아직 우물 안에 갇혀 있다는 말이다. 덩치 큰 몸집에 걸맞는 통상 경제정책이 필요하고, 기업들의 해외투자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선진통상국가`의 개념도 이런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다는 게 이 장관의 설명이다. 개발도상국가들도 국내총생산(GDP)의 12% 가량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해외투자는 GDP의 5%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해외투자 활성화가 선진통상국가의 주요 과제로 선택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장관은 세계 무역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역의 60% 가까이가 국내 본사와 해외지사간의 거래, 혹은 외국기업의 국내 지사와 해외본사 사이에 일어나는 거래가 차지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해외투자를 늘리고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보다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하는 두 번째 이유다.
이 장관은 "과거처럼 국내에서 생산된 물건을 해외에 내다 팔거나 단순히 수입품을 국내에서 파는 것으로는 무역을 늘릴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앞으로 정부의 역할은 해외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는 쪽에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자부의 변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희범 장관을 만나 우리나라 산업정책의 내일을 들어 보았다.
-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늘어나면 국내 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습니다.
▶ 당연한 걱정입니다. 하지만 최근 제시된 `선진통상국가`의 개념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외국인의 투자를 함께 유치하자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굴하고 지식서비스산업도 육성하는 정책이 병행될 것입니다.
`선진통상국가`는 또 세계화, 국제화, 개방통상국가와도 다른 개념입니다. 무조건 개방이 최선이 아니라 지킬 것은 지키지만 사고는 글로벌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습니다.
- 올 수출는 어떻습니까.
▶ 지난 달 수출입이 월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수출입 모두 안정적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우리 상품이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 올해 수출 목표 2850억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입니다.
- 환율 등 대외 여건이 변수로 꼽히고 있습니다.
▶ 대외 여건은 지난해 보다 악화됐습니다. 정부는 상시적인 수출지원 점검체제를 갖추고 애로사항을 신속히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환율하락에 따른 환위험 관리를 위해 환 변동보험 인수규모를 확대했고, 원자재 가격 안정을 위해 할당관세와 중소기업 원자재 구매자금 지원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PICK!
- 정부의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추진과 관련, 일부 산업이 타격을 볼 수 있습니다.
▶ FTA와 DDA 협상에 따른 급속한 개방으로 일부 산업이 피해를 볼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피해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한 무역조정지원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긴급경영지원, 업종전환 지원 등을 담을 이 법은 오는 7월 관계부처 협의 및 입법예고를 거쳐 국회에 제출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유가가 심상치 않습니다.
▶ 고유가 추세가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에너지 절감 노력 못지 않게, 해외 자원 확보에도 힘을 쏟아야 합니다.
- 해외 자원 개발은 어느 수준입니까.
▶ 국가에너지자문회의 등을 통해 에너지 자원 확보를 국가적 과제로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해외 자원개발은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반면 성공하기까지 기간이 길고 리스크 또한 커 민간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서기는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정부가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이미 중국은 현금을 들고 세계를 누비며 자원을 `싹쓸이`하려 합니다. 지난 해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 `왜 이제야 왔느냐`는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이 늦어집니까.
▶ 그렇지 않습니다. 당초 부지선정 절차를 공고한 후 유치 희망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적합성 조사에 나설 계획이었습니다. 부지선정위원회는 그러나 적합성 조사를 우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큰 일정에 변화가 없습니다. 더구나 여러 지자체가 유치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 경기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기업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사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투자보다는 차입금 상환이나 유동성 확보에 치중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실제 투자로 연결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 중소기업 지원책은.
▶ 중소기업은 고용의 86.7%, 생산의 50.8%, 수출의 39.0%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근간입니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정책을 집중하고 있으나 어려움이 지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경기회복의 지연, 글로벌 아웃소싱 확대 등에 따른 것이지만 지나친 보호와 육성, 현장 수요와 괴리된 정책 추진 등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현장중심형 정책을 통해 올해를 중소 및 벤처기업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대담〓 정희경 경제부장
정리〓 서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