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 '경제6단체' 어때요?
'경제 6단체' 어때요?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5개 단체는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협동중앙회다. 앞으로 여기에 벤처기업협회를 하나 더 붙여 '경제6단체'로 명명하면 어떨까.

벤처기업협회가 경제6단체 중 하나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조현정 벤처기업협회장은 "벤처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로서 벤처기업협회가 경제6단체로 명명될 만큼의 규모와 비중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벤처협회는 2010년까지 국내총생산의 10%, 고용 200만명 창출, 수출 3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매출 1000억원대의 벤처기업은 40여 개가 넘고, 2010년에는 매출 1조 기업이 20개 정도는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벤처 어게인(Venture Again)'을 외친 것이 올해 초다. 정부가 벤처 활성화 대책을 세운지 4개월 남짓 지났을 뿐이다. 다시 속도를 내야 하는 열차를 이끄는 수장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조현정 벤처기업협회장은 중요한 시기에 벤처기업협회를 맡았다. 수장을 맡은 지 3개월 지난 조회장을 만나봤다.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업체들을 모아서 '벤처1000억원 클럽'을 만든다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 '1000억원 회원사가 부담해야 하는 특별한 임무는 없다. '벤처1000억원 클럽'을 만들게 된 이유는 사람들에게 벤처기업에 대해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벤처업계는 비난 2년, 무관심 2년의 세월을 지내왔다. 그 동안 벤처 기업들 가운데 태반이 문을 닫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 망한 것은 아니다. 건실하게 큰 회사도 많다. 중소기업에게 매출 1000억원은 무척 큰 돈이다. 그런데 연매출 1000억 원이 넘는 업체 수를 세어 보니 66개나 된다.
어떤 사람들은 벤처가 뜬 구름 잡는다고, 머니게임으로 모두에게 고통을 줬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업체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MP3플레이어 제조업체 레인콤, 셋톱박스 제조업체 휴맥스 등은 없던 시장을 개척한 회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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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품목이 된 휴대폰도 사실은 12~13년 전에 이미 벤처업체가 만들고 있던 것이다. 삼성전자가 그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 정도로 키워 놓은 것이다. 벤처 기업은 대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벤처는 국내 경제의 핵심 중 하나고, 앞으로 국내총생산의 10%까지 책임지게 될 것이다. 이 정도면 전경련, 경총 등과 함께 경제 6단체로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 실패한 벤처에 재기의 기회를 주는 '벤처 패자부활제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패자부활제도를 놓고 '고양이에 생선맡긴 격'이라는 비난도 있었고, 이민화 메디슨 전 회장을 살려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샀었다. 하지만 우리를 너무 무시한 발언이다.
벤처협회는 벤처기업육성특별법 제정, 기술거래소 설립 등 벤처 생태계 조성에 큰 역할을 할 정도의 역량 있는 단체다. 죽어가는 벤처를 살리려는 의도가 아니다.
협회는 패자부활제도 중 기업인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과연 이 사람이 건전한 기업가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는 일이다. 벤처기업협회 산하 윤리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실질적인 도덕성 심사기구를 만들었다.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와 한정화 한양대 교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등이 참석하고 있다. 개별 기업을 정밀 조사하는 인력 풀은 100여 명에 이른다.
평가의 신뢰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여러 가지 표준을 만들고 테스트 중이다. 현재 5개 업체를 선정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5월부터 구체적인 선정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 도덕성 평가 기준에 맞는 업체들을 선정하기도 힘들텐데.
▶ 실제로 진행하다 보니 여러 모로 부딪히는 것이 많아 고민이다. 예를 들어 도덕성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으려면 형사, 민사 상 결점이 없어야 하는데, 실패했던 벤처 기업치고 이런 문제가 없는 곳이 거의 없다.
부도를 낸 기업인들은 흔히 부정수표방지법을 어겨 형사 문제를 안고 있다. 근로자 임금을 체불해 노동법 위반 등의 전과도 있다.
민사적으로는 채권자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어떤 회사가 3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고 치자. 20억원 채권자가 유예를 해줬다고 해도 10억원의 채권자가 유예에 동의하지 않으면 민사 문제로 발전하게 된다. 게다가 채권자마저도 망해서 사라져 버렸다면 더욱 골치 아프다. 이러다 보니 민형사 상 흠결 없는 업체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보완해야 한다.
패자부활제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초법적인 제도다. 그럼에도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실패없는 혁신은 없기 때문이다. 실패도 자산이다. 한번 실패한 벤처기업인을 다시는 재개하지 못하게 막으면 손해다. 혹자는 패자부활제가 벤처기업의 근본적 부활을 이끌 수 있을지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공적이지 않더라도) 적어도 모종의 가이드로서 역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상징적 의미가 있다.
- 정부의 벤처 활성화 대책에서 보완할 점은 없나
▶ 최근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을 만나 벤처 시장의 발전방안을 추가로 마련해줄 것을 건의했다. 비중이 큰 것은 아니고 제도의 보완적 의미가 있는 것들을 얘기했다.
벤처기업 기술 평가에 관한 내용도 그 중 하나였다. 현재 산자부 산하에 기술 평가기관이 16개 있고 대부분의 기술평가 기준이 만들어진 상태다. 산자부는 ABC 등급 평가를 해준다고 하는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조치(가치평가)도 필요하다고 본다. 한 부총리가 가치평가에 대한 의견에 동의했는데 아직 실무급들은 등급평가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좀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 벤처 유관 협회들 간 네트워크 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
▶4월26일 12개 유관단체 모임을 가졌다. 이들 유관단체는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같이 갈 것이다. 마치 새끼줄로 묶어서 기차 놀이 하듯이 수평적 관계로 가자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대표-하위기구 식으로 논의가 흘러서는 안된다. 사실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본다.
조현정 회장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충무로에서 기름때 낀 손으로 기술을 배우던 소년.
유복하지 않았던 소년 시절이지만 조현정 회장이 50에 가까워서까지 구김살없는 표정을 지키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 덕이다.
"처음엔 집안이 부유한 편이었죠. 하지만 6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 중학교를 중퇴해야 했습니다"
학비마련이 녹록지 않았던 탓에 조회장은 중학교 2년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2년 반 동안 충무로에서 기술을 배웠다. 삼성, 금성, 대한전선 등이 대리점도 없이 전파사를 통해 물건을 팔던 시대였다. 조회장은 충무로에서 칼라TV, 비디오, 오디오 고치는 기술을 배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꼬마 일류 기술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어떻게 보면 예민한 사춘기에 탈선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어요. '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그가 마지막까지 잡고 서 있을 수 있는 끈이었다. 조회장은 기술을 2년 배우고 나자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검정고시를 봐서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남들보다 1년이 늦은 입학이었다.
3년 뒤 인하대 공대에 진학했다. 성적이 썩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대학교 3학년 때 창업을 할 정도로 용기 백배했다. 자본금 450만원, 직원 두 사람을 데리고 국내 벤처기업 1호로 불리는 '비트컴퓨터'를 만들었다.
창업한 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 조회장은 벤처 업체를 대표하는 일꾼이 돼 있다. 그의 좌우명은 "돈을 많이 번 기업가보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좌우명 덕분인지 기업 하나를 대표하는 사장이 아니라 업계에 봉사하는 자리를 맡게 된것이다.
조회장은 앞으로 벤처기업협회를 경제6단체로 키워가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벤처기업이 GNP의 10%를 담당하고 수출은 300억 달러, 그리고 고용창출 200◇만명을 달성할 정도가 될 때까지 벤처 생태계를 가꾸겠다는 것이다.
"30여 년 전에는 삼성전자도 매출 1000억원이 안되는 회사였어요. 벤처 중에서도 삼성만큼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약력>
◇출생=1957년 경남 김해 ◇학력=1985년 인하대 전자공학과 졸업 ◇1983년 ; 비트컴퓨터 설립 ◇2005년1월:비트컴퓨터 회장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대한의료정보학회 감사 ◇인하대학교 겸임 부교수 ◇이화여대 겸임교수 ◇조현정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