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금항아리의 진실

최근 한 달 동안 유수의 외국신문을 비롯하여 여러 국내신문들이 5%공시제도에 대해 많이 보도했다. 보도된 내용 중 주요 지적 사항을 보면 다른 나라에는 없는 강한 규제를 신설하였다거나, 외국투자자만을 겨냥하여 급히 만든 제도라는 등 가혹한 비판을 하기도 하였고, 한편에선 이번 제도개선으로 M&A시장의 모든 문제점이 해결될 것처럼 기대하기도 하였다.
5%제도는 우리가 이미 10여 년 전에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제도를 모범삼아 도입하여 이미 정착된 제도로서 이번에 개선한 내용도 이만큼의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내용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언론과 시장참가자들의 민감한 반응을 보면서 과연 어떻게 하면, 오해를 풀고 진실을 이해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인가… 몇 날밤을 고민해야 했다.
< 토요일의 기습과 5% 제도 >
5%제도는 1960년대 미국의 M&A 활성화기에 '토요일의 기습'에 대한 대책으로 1968년 만들어졌다(Williams법). '토요일의 기습'이란 토요일 조간신문에 공개매수 공고를 내고 월요일부터 공격하는 M&A방법을 표현하는 용어이다. 즉, 현 대주주가 토요일 신문 공고 전까지는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자가 누구인지, 매수자금이 어떤 자금인지 등은 전혀 모르고 있다가 기습적으로 월요일에 경영권을 빼앗기도록 허용한 당시 M&A제도가 숨은 공격자에게만 유리하고 방어자에게는 너무 가혹하다는 인식하에 균형을 잡아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5%제도가 도입되었다.
따라서 이 제도는 누구든지 주식을 최초에 5%이상 매수하면(그 후 1%이상 변동도 포함) 이를 신속히 공시하도록 하여 시장의 투명성(Transparency)을 높임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하고, 불공정 거래도 방지하는 한편, 은밀하게 진행될 수도 있는 비밀 매집에 의한 적대적 M&A의 움직임을 경영진과 주주들이 미리 공시하게 하는 장치이지 누구의 편을 들기 위한 제도는 결코 아니다. 이런 취지에서 5% Rule을 조기경보장치(Early warning system)라고도 부른다.
< 국제적 기준에 맞게 지속적 보완 >
우리나라는 5%공시제도를 1992년 3월 최초로 도입하였으나 이때까지만 해도 증권거래법상 당초 대주주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상장주식을 10%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주식소유상한제도'가 있었으므로 느슨한 공시장치로 도입되었다가 1997.4.1에 동제도가 폐지된 후 5%공시제도를 대폭 보강하였다. 보고의무자중 특수 관계인의 범위를 확대하고 공동목적보유자도 포함시켰으며, 주식의 소유형태도 소유뿐만 아니라 보유라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이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미국의 실질적 소유자(Beneficial owner)의 개념을 도입하였으나 국제수준의 투명성 기준에는 아직 못 미치는 개정이었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증권제도의 국제정합성과 증권시장의 투명성 공정성을 좀 더 높이는 한편, M&A시장에서 보다 더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5%공시제도를 보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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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요 내용은 5%공시시에 경영참가목적 여부를 명확히 밝히고, 보유목적이 변경되는 경우에도 공시하도록 하며, 경영참가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하거나 취득목적을 변경한 경우 의결권행사 또는 추가취득이 금지되는 냉각기간(Cooling-off Period)을 두는 것이다.
보고서식에서도 보고자가 누구인지(Identity), 자금의 조성내역(Funding sources)이 무엇인지 등에 관한 사항을 이전에 비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내용들은 우리나라의 5%공시제도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과 EU 등의 증권거래법령에 모두 정해져 있는 사항들이다.
< 항금항아리의 진실 >
언뜻 보면 개정 5% Rule은 예전보다 엄격해 보일 수도 있으나 좀 더 살펴보면 부담보다는 이득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어 황금항아리에 관한 우화를 떠올리게 한다.
「탈무드」에 보면 로마의 황제가 조물주가 잠자고 있는 아담의 갈비뼈를 이용해 이브를 만든 것을 비꼬아 랍비에게 이런 말을 한다.
"잠자고 있는 사람의 갈비뼈를 훔쳐가는 것은 도둑 아닌가?"
그러자 그 랍비의 딸이 황제에게 전날 밤 도둑이 들었는데, 도둑이 금고를 훔쳐간 대신 황금항아리를 두고 갔으니, 이것을 조사하기 위하여 사람을 보내줄 것을 요청한다.
이에 황제는 그런 도둑이라면… 궁궐에도 매일 도둑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자 랍비의 딸은
"조물주는 아담의 갈비뼈를 훔쳐갔지만 그것으로 이 세상에 가장 중요한 여자를 남기셨는데, 어젯밤의 도둑과 무엇이 다르지요?" 라고 반문한다.
우리의 자본시장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국가의 주요 자산 중의 하나이다. 자본시장은 IT, BT 등 신기술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성장동력으로서, 기업경영의 투명성제고와 기업구조조정의 촉진자로서, 고령화 사회의 자산운용의 장으로서 시장경제시스템에 활력을 주는 국가자산이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은 자본시장이 '공정하고 질서정연하며 경쟁적인 시장(Fair, orderly and competitive market)'이 되고 아울러, '누구든지 분명하고 완전하며 진실한 정보(Clean, complete and truthful information)'를 공시하도록 증권제도를 지향하고 있다.
5%제도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추구하는 공시제도로서 자본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국제 룰이다. 한국 자본시장이 투명하고 건강한 시장이 되는 것이 42%나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에게도 좋은 일이며 적대적 M&A를 추구하는 외국투자자에게도 더욱 공정한 게임을 할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한국은 작은 국가이지만 세계 12대 경제교역국으로서 모든 금융 증권제도를 국제법규(Global standard)는 물론 국제 모범기준(Best practice)까지도 수용하는 개방성을 추구하고 있는 바(Small open economy), 모든 금융제도에 있어 '내외국인 동등대우'는 너무나 자명한 원칙으로 수립되어 운용되고 있다.
로마 황제가 깨달은 것처럼, 개정 5% Rule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토요일의 기습의 기회를 빼앗겼을 수도 있지만, 금융감독당국이 투명성과 공정성으로 가득 채워진 황금항아리를 남겨두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