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시장을 향하여

[기고] 세계시장을 향하여

이호철 재정경제부 국장
2005.07.27 14:04

[기고] 세계시장을 향하여

"서울을 배우자." 미국 공익광고협회가 88올림픽 무렵 미국 전역에 방송한 캠페인 슬로건이다.

캠페인의 내용은 미국 중소기업들도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한국 기업들처럼 세계시장에 나가 영업활동을 하라는 것이었다. 경제대국의 자부심을 가진 미국인들도 직원 1∼2명 정도의 작은 오퍼상이면서 버젓이 무역회사 간판을 달고 지구촌을 누비는 한국기업과 기업인들의 진취적 자세에 경의를 표하며 이를 배우려 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지난날 우리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요즈음 우리 경제의 활력을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반기업정서로 기업가정신이 죽은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경쟁이 심해 돈벌이도 신통치 않고 마땅히 돈을 굴릴 투자처를 찾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 산업현장에는 여전히 땀 흘리며 일하는 산업역군들이 있으며, 아프리카의 오지까지 새로운 시장을 찾아 누비고 다니는 무역역군들이 많다.

다른 선진국의 경험에서 보듯이 언제까지 고도성장을 계속할 수도 없다. 아직 견실한 경제기반을 갖고 있음에도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는 것은 우리가 부의 모멘텀을 제대로 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시장은 글로벌리즘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이런 글로벌리즘에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우리는 세계 진출의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는 제1세대 국경 없는 노동의 교류에서, 제2세대 상품의 교류를 거쳐, 지금은 자본 교류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는 1960년대 광부, 간호사의 서독 진출과 70년대 건설인력의 중동 진출에서 출발해 해외를 경험한 풍부한 인재풀이 생겨났다.

이러한 국제 진출을 바탕으로 많은 무역역군도 생겨났으며 지금은 세계 각지의 명문학교에서 기초부터 다지고 있는 젊은 유학생풀까지 갖추게 되었다. 여기에 우리는 565만명에 이르는 막대한 재외동포망을 갖고 있다.

우리 나라는 중국 이스라엘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4위의 교포대국에 속한다. 세계 곳곳에 한민족이 살지 않는 나라가 없다시피 할 정도로 우리의 해외동포는 151개국에 퍼져 있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3번째 도전은 투자와 자본의 세계화다. 투자의 세계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육성이라는 인프라 외에 자본의 본질을 이해하고 진취적 투자를 선도할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몇해 전 미국에 머물렀던 시기의 경험을 예로 들겠다. 미국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숙제가 자신이 1000달러를 3군데 주식 또는 펀드에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한달 동안 수익률을 계산하라는 것이었다. 평가의 주안점은 경제신문을 통해 매일 자신이 투자한 주가를 점검하고 왜 이 회사(또는 펀드)에 투자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또 미국의 청소년들 사이에게 가장 인기있는 놀이는 `모노폴리'다. 이는 부동산 투자게임으로 정상적인 세금을 내면서 어떻게 투자이윤을 키우느냐를 겨루는 놀이다. 미국은 이런 교육을 통해 자본에 대한 이해를 높였기 때문에 워런 버핏 같은 월가의 스타를 배출할 수 있었다.

이제 소버린이나 론스타와 같은 해외자본이 많은 이익을 가져갔다고 탓하기 전에 우리도 국제무대를 상대로 자산을 운용할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80년대말 미국이 서울을 배우자는 구호를 내세운 것처럼 이제 우리도 자본과 투자에 관한 한 선진국을 배워 세계시장에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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