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기고]공정위의 재벌정책 유연하다
최근 머니투데이에 '공정위 vs 재벌그룹'이란 제목의 데스크 칼럼이 두차례 연속 실렸다. 재벌 규제에 대한 시각은 다양할 수 있으나,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내용이 있어서 이 글을 쓴다.
우선 첫 번째 칼럼은 기업 소유/지배 괴리도 등 정보 공개를 왜 이 시점에 발표했는지, 혹시 삼성의 헌법소원 제기에 대한 여론환기용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 지금의 재벌그룹 소유지배구조가 문제라면 구체적인 해소 방안을 제시하고, 지키지 않을 경우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지 자료 공개에 그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칼럼은 공정위가 싸우기만 하고 비타협적이며 변화보다는 기존틀을 지키려는 쪽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와 함께 재벌들은 더 강해져야 하고 총수들은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면서 공정위에 재벌규제에 대한 완고한 집착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괴리도 공개는 헌법소원 이전부터 예정됐던 사안이고,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방안은 이미 마련돼 있으며, 공정위는 재벌규제에 집착하지 않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직접규율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 내부지분율이 98년부터 공개된 가운데, 소유/지배 괴리도 정보 공개는 2003년말 마련된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 포함된 데 이어 지난 4월부터 발효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근거해 올해부터 이뤄진 것이다. 당초 6월말 발표 예정으로 보도된 바 있으나 다소 늦어졌다. 헌법소원과는 무관하다.
또 소유지배구조문제 개선을 위한 구체 방안은 로드맵에 분명히 나와 있다. 민관합동TF팀을 구성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인 이 로드맵은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아래 점진적으로 정부의 직접규율을 축소해 시장자율규율로 전환한다는 대기업집단 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를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며, 선진국형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을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출총제는 예외 인정 대상을 늘리고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투명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졸업 기준을 새로 마련, 개정법에 반영했다. 소유/지배 괴리도가 낮거나, 내부견제시스템을 잘 갖췄거나, 출자구조가 3단계이하이며 계열사 수가 5개 이하인 기업집단, 지주회사그룹 소속 회사 등은 출총 규제를 받지 않는다. 출총제 졸업을 못하는 기업은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다. 다만 재벌 소속 금융보험사는 고객이 맡긴 자금을 총수 일가의 계열사 지배력 확장보다는 수익률 증대에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결권 한도를 15%로 조정했다. 로드맵은 시행 3년 후 기업 내외부 견제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되면 출총제를 폐지하고 기업별 자율규제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의 내외부견제시스템 작동이나 소유지배구조는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잘못된 소유지배구조를 유지, 확대하고, 그룹 총수들이 지금보다도 지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국가경제에 바람직한 일일까? 그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