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결과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일반협정)체제가 WTO(세계무역기구)체제로 바뀌면서 농산물에 대한 개방속도가 빨라졌다. 농산물에 대한 모든 수입제한 조치가 철폐되고, 국내외 가격 차이에 해당하는 관세만 내면 자유롭게 수입될 수 있는 '예외 없는 관세화 원칙'이 확립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쌀에 대해서만 유일하게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관세화 유예를 인정받았다. 또 작년 한 해 동안 미국, 중국 등 9개국과 협상하여 2005년부터 다시 10년간 관세화 유예라는 특별대우를 얻어냈다. 이같이 20년간 관세화 유예를 인정받은 사례는 세계에서 유일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어려운 통상협상을 통해 낮은 관세로 의무적으로 수입해 오던 쌀 수입량을 늘리기로 하고 협상상대국들이 제시한 양자 통상현안 요구 일부를 들어주었다.
정부는 이미 '선대책-후개방'이라는 원칙에 따라 쌀 협상과 WTO 농업협상(DDA협상) 및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농업개방 확대에 대비해 왔다. 쌀 협상 개시 이전부터 준비한 '04~'13년 10개년 간의 ‘농업농촌종합대책’과 이를 뒷받침할 119조원의 투융자계획이 바로 대표적인 선대책이다.
특히 쌀 시장개방 확대 및 가격하락 등에 대비하여 2005년부터는 '쌀소득보전직접지불제도'를 법으로 뒷받침하여 쌀 농가들의 실질적인 소득이 보전되도록 했다. 직접지불제도에 따르면 올해 쌀값이 5% 하락하여 80KG 1가마당 15만3000원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목표가격인 17만70원과의 차액의 85%인 1만4500원을 직불금으로 받게 되므로 농가의 실제소득은 16만7000원이 된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이번 쌀 협상결과로 어렵게 얻어낸 10년간의 쌀 관세화 유예기간 동안 식량안보 확보를 위한 ‘공공비축제 도입’ 그리고 수입쌀과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고품질 쌀 생산대책’ 등도 마련했다. 향후 쌀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는 때에 대비하여 종합적인 대응체제를 갖추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농업인들은 쌀 협상결과를 비준하기 위해서는 기존 대책 외에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정부는 이를 최대한 수용하여 추가대책을 마련하였다. 정부는 농민단체와의 간담회 및 관계부처 협의, 당정협의 등의 절차를 거쳐 핵심건의 사항 20건 중 16건을 수용(부분수용 5건 포함)했다.
이 16건중에는 쌀소득보전고정직불금 단가 인상, 공공비축매입물량확대, 선도후계농업인 지원 강화, 주요 곡물의 자급률 목표치 설정, RPC 건조저장시설 확충, 농지은행 제도의 조기 도입, 농신보 정부출연 확대 등 그동안 농민단체에서 요구해온 많은 사안들이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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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부는 쌀 시장개방 확대를 앞둔 상황에서 농업인들이 다소 불안해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협상 이전에 대책부터 마련하고, 국제협상에도 민간대표를 동행하도록 하고 또한 기존 대책의 보완방향에 대한 농민들의 건의도 최대한 수용하기로 한 것 등은 농업인과 국민의 이해와 공감 속에서 가능한 모든 문제를 풀고자 하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이번 협상의 결과로 확보한 10년간의 관세화 유예기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우리 쌀 산업의 체질을 경쟁력 있게 바꾸는 일에 전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협상결과의 비준을 조속히 처리하고 정부와 농업인이 손잡고 언젠가는 맞이할 시장개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협상결과가 WTO 148개 전회원국들의 검증절차를 거쳐 국제적으로는 이미 확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쌀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며 우리나라의 신뢰만 실추시킬 뿐이다.
이번 쌀 협상결과가 국회의 비준동의를 얻지 못하면 결국 관세화 유예라는 특별대우를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와 농업인이 다 함께 우려하고 있는 ‘관세만 내면 누구나 자유롭게 쌀을 수입할 수 있는 상황’을 준비 없이 맞이하게 된다. 이번 쌀 협상결과에 대한 국회비준이 조기에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