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방폐장 선정에 부쳐

[기고]방폐장 선정에 부쳐

김진태 산업자원부 대외협력과장
2005.09.12 12:12

우리 조상들은 추석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여기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했지만, 다가오는 추석은 우리에게 그렇게 여유롭고 넉넉한 시간이 아닙니다.

연휴 기간도 짧고, 경기는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각 기업에서도 추석 상여금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태풍 나비의 피해로 재해를 입은 이웃들까지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미국판 쓰나미로 불리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최악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 멕시코만 일대의 석유생산 시설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당장 우리에게도 고유가의 고통을 전가시키고 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기름값 걱정에 거리에는 차가 줄고, 당장 고향 가는 길에도 차를 가져가는 것도 부담이 되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맞게 될 추석은 우리에게 지난 세월과 오늘의 위기, 내일의 희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전기가 없어 호롱불을 켜고 살았고, 빨리 불 끄라는 재촉에 저녁공부조차 줄여야 했던 성장기를 보낸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언제 그랬냐 싶게 이제 전기는 1분 1초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가 되었습니다. 값싸면서도 안정적으로 공급된 전기는 우리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고, 한국을 세계적인 IT강국으로 올려놓았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원자력입니다. 전기 공급의 40%를 담당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은 자원이 빈약하고 국토도 좁은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을 극복하게 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을 한데 모아 안전하게 관리하는 처분장조차 갖지 못한 채 19년 동안 국가적 갈등을 더해 왔습니다.

정부도 성급히 일을 추진하면서 국민적 신뢰를 획득하지 못했고, 방폐장을 기피시설로만 인식하면서 각 지역과 이해 집단 간에 대립을 더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절차에서는 정부가 과거실패의 원인을 분석하여 획기적으로 정책을 전환하여 실추된 신뢰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지역에서도 시민의식이 성숙되고 방폐장 유치를 지역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현재 경주, 군산, 포항, 영덕 등 4개 지역에서 방폐장을 유치하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입니다.

정부에서는 이들 유치지역의 부지적합성 등을 평가해서 15일에 해당 지역에 주민투표 요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는 11월중에 각 지역에서 주민투표가 실시돼, 최종적으로 찬성률이 높은 지역에 방폐장이 들어서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찬반 논란이 더해질 수도 있고, 이런저런 갈등이 표출될 수도 있습니다. 민주사회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공유되는 사회이므로 국가정책이지만 방폐장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반대는 보다 생산적인 대안을 위한 반대여야지,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라면 결국 갈등과 원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무엇보다 방폐장 유치 희망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디 앞으로 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가 마무리될때까지 방폐장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의 지방의회와 지자체가 왜 지역발전의 계기라도 인식하고 있는 지, 중저준위 방폐장이 어떻게 국제적으로 입증된 안전한 시설인지에 대해 격의 없는 토론과정을 거쳐 주민 여러분들의 주체적이고 현명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한차원 성숙되는 계기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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