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총격 후 DMZ에 55년간 방치된 기관차...통일의 상징으로 변신
#1950년 12월 31일 오후 10시 10분.
미군 20여명이 장단역에 막 도착한 화물차를 향해 일제 사격하고 있다. 화물차 곳곳에 총탄이 박히며 불꽃을 일으키고 있다. 뻥 뚫린 구멍 사이로 물이 쏟아지며 화물차는 무너지고 있다.
이 증기기관차는 석탄과 물을 실은 총 25량의 화물차를 밀고 이제 막 장단역에 도착했다. 연합군은 1·4 후퇴를 앞두고 적의 선발대 또는 적에 의해 활용될 수 있는 모든 장비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은 터였다.
#같은 날 새벽. 10호 기관차는 황해도 함포역을 떠나 오후 5시 개성역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잔류 화차를 정리-견인한 뒤 오후 9시 개성역을 출발, 숨가쁘게 달려 오후 10시께 장단역에 들어섰다.
#1950년 상반기 어느날. 유엔군은 한 대의 북한 소유 기관차를 노획, '10호'로 이름붙여 군수물자 수송용 화물차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한준기(78)씨는 당시 이 기관차를 몰던 기관사였다. 이 기관차는 총격을 받은 뒤 재차 폭탄 제거 작업을 거치며 경의선 선로에서 탈선, 외롭게 서 있다. 위치는 비무장지대(DMZ)내 장단역 근처. 남방한계선에서 800m 북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한씨는 14일 포스코와 문화재청이 기관차 현장에서 맺은 '1문화재 1지킴이 협약식'에 참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숨돌릴 틈 없이 긴박하고 위태롭던 순간을 담담한 어조로 되살렸다. 하지만 당시 격정이 배어 있는 듯 상기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 기관차는 55년 가까이 잊혀졌으나 이날 협약에 따라 다시 '역사 속으로' 들어오게 됐다. 포스코는 이날 협약을 맺고 이 증기기관차를 화해와 평화의 상징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파주시 근처로 기관차를 옮겨 보존처리를 한 뒤 다시 제자리에 돌려 놓을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이 기관차를 근대문화유산(78호)으로 지정했으나 보존 및 활용방안을 놓고 고심해 왔다. 마침 포스코에서 우리나라 첫 현대적인 제철소인 삼화제철소의 문화재 지정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일괄 해결'의 묘수를 찾았다. 파주시와 문화재청 그리고 포스코 3자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새로운 문화재로 거듭나게 됐다.
이 기관차는 남방한계선을 지나 군사분계선에 바짝 다가선 지역에 놓여 있다. 이 지역은 외부인의 출입이 거의 없었던 곳으로, 기자단이 공식적으로 유엔사 허가를 받고 들어선 것도 처음이란다. 캐빈 메딘 유엔사 군사정전위 대령은 한국 역사공부에 깊이 빠져 있는데, 문화재청 등의 기관차 보존 노력을 듣고 협약식 체결을 흔쾌히 응했다는 후문이다. 협약식을 위해 기관차 주변 잡초와 갈대도 말끔히 제거해 주는 호의를 보였다.
독자들의 PICK!
안병욱 문화재청 연구위원(가톨릭대 교수)은 축사를 통해 "이 기관차는 분단과 갈등의 상징이었으나 이날을 계기로 평화와 통일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포스코는 이날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철재 문화재 발굴 및 보존에 발벗고 나설 계획이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언제라도 복원 가능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10호 기관차 앞에서 포스코 강창오 사장(왼쪽)이 유홍준 문화재청장으로 문화재 지킴이 위촉패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