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1200시대' 달라진 패러다임

[기고]'1200시대' 달라진 패러다임

이춘수 대한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
2005.09.28 07:39

이춘수 대한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종합주가지수가 1994년 11월에 기록한 종전 사상최고치인 1138을 돌파하면서 1200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주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주식시장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변화는 객장의 분위기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주가는 1200선을 넘었지만 왁자지껄한 모습이나, 아이를 들처없고 나타난 아줌마의 모습은 지금 객장에선 찾아볼 수 없다.

과거 주식시장은 1985~89년 강세장 이후 약 16년에 걸쳐 500~1000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한 채 장기 횡보의 모습을 보여왔다. 주가가 1000를 넘을 때마다 바로 주저앉곤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의 상품인 '기업'의 질(質) 자체가 추가 상승을 이끌만큼 좋지 못했다. 기업 스스로도 재무구조 장기비전 주주가치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이는 결국 글로벌시장과 비교해 만성적인 저평가 상태를 이끌었다.

또 투자매력 면에서도 열위 상태인 상품성, 단기 모멘텀 위주의 투자방식, 정착되지 못한 간접(펀드) 투자방식으로 인한 주식 수요기반 부재 등이 지난 16년간의 장기횡보 장세를 이끌었다.

이같은 질곡의 시기를 지나 1200 시대에 진입한 지금, 고유가 등 제반 악재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 보고 있다. 과연 주식시장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 이런 전망을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첫째, "기업"의 질(質)이 변화했다는 점이다. 글로벌기업과 경쟁할 만한 매출과 수익력을 갖춘 다수의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기업 스스로가 회사 및 주주 가치를 올리기 위해 기업설명회(IR) 배당 자사주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IMF 위기 이후 구조조정 작업을 통해 재무구조 등 체질도 건강해졌다.

둘째, "자금흐름"의 변화다. 저금리로 인해 가계 금융자산이 저축(예금)에서 투자(주식형펀드)로 이동하고 있다. 더구나 부동산에 대한 정부의 억제정책으로 부동산에 대한 투자매력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은 더욱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셋째, 주식시장 "주체"의 변화다. 과거 우리시장은 외국인과 단기투자성향의 개인들이 주식시장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현재의 주식시장은 적립식펀드 국민연금 자사주펀드 등 간접 및 장기 투자자금을 기반으로 한 기관이 주체가 되어 장을 이끌고 있다.

결국 이로 인해 "한국시장의 리레이팅(Re-rating) 국면"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늘 저평가돼왔고, 우리 스스로도 이러한 저평가를 당연시 해왔던 상황이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

현 국면에서 우리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선 '자신감'이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 기업, 넓게 봐서 우리 나라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우리 자산을 우리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단기적 투자나 외국인에 의지하는 투자 행태를 보이지 않고 우리 스스로가 주체가 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일확천금을 꿈꾸지 않는 장기 펀더멘털에 근거한 우직한 중장기적 투자가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씨앗이 되어 지수 2000, 3000선으로 가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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