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북아 최대물류기지 현장을 가다

[르포]동북아 최대물류기지 현장을 가다

상하이=이승제 기자
2005.10.17 15:35

상하이시, 발상 전환한 신항만 건설중...부산항 타격 불가피

"세계 해운 물류 최강자는 바로 우리다."

지난 14일 오후 상하이시 남쪽 링강시티(지구). 탑승한 버스가 새로 닦인 왕복 6차원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고 있다. 도로 주변에는 새로 건설중인 건축물들이 빼곡하다. 이미 모습을 갖춘 것도 있고 터만 닦인 채 기초공사가 한창인 곳도 눈에 띤다.

링강시티는 상하이시의 끝없는 발전욕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동행한 장영오 현대상선 중국본부 차장은 링강시티와 그 남쪽에 건설중인 양강항을 찾을 때마다 달라진 모습에 길을 잃을 정도라고 했다. "2002년 이곳은 온통 갈대밭이었다. 제대로 된 길조차 없었다." 하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그곳은 이제 건물들로 가득 메워지고 있다.

상하이시 당국은 상하이를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야심찬 모험을 감행했다. 상하이항은 수심이 7~10m 안팎으로, 대규모 선박이 드나들기 어렵다. 바다 입구에서 양쯔강 수심이 높아질 때를 기다려 일제히 상하이항을 향해 덤벼드는 선박들이 심심찮게 충돌하는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대형선들은 얕는 수심 때문에 짐을 절반 가량만 싣고 있다는 설명.

결국 상하이시는 무모할 만큼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상하이 남쪽에 위치한 양산에 수심 16m 이상의 심수항을 건설하기로 한 것. 나란히 자리잡은 두 섬 사이에 철판을 깔아 항만설비를 갖춘다는 발상 전환이 신선했다.

상하이시는 또 상하이 최남단에 이 신항만을 지원할 대규모 배후 물류도시(링강시티)를 건설중이다. 이 물류기지는 단계적으로 건설돼 오는 2020년께 최종 위용을 갖추게 된다. 남은 것은 두 곳을 연결하는 일. 상하이시는 32km에 달하는 다리(둥하이대교)를 놓기로 했다. 이달말 양산항의 1단계 프로젝트와 동해대교 건설가 마무리된다. 신항만과 상하이시를 잇기 위한 왕복 6차선 도로가 둥하이대교를 지나 상하이 곳곳으로 대동맥처럼 뻗어가고 있었다. 연간 5000만개의 컨테이너를 나를 수 있다고 한다.

양산항과 링강시티는 자본주의 중국의 무서운 저력과 강력한 추진력을 느끼게 했다. 링강시티는 무려 서울시의 절반 크기에 달한다. 철저한 계획도시로, 공업지구(200㎢)와 항만 신도시(100㎢)로 나뉘어 건설중이다. 항만, 도시, 공업, 금융, 무역 등을 한데 어울려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 물류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양산항은 2020년 4단계 공사가 끝나면 부산항(컨테이너 처리량 1150만여개)에 달하고, 2050년까지 이를 3000만개 이상으로 높이게 된다.

상하이의 물류 능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싱가포르, 홍콩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부산은 중국 선전에 이어 5위에 머물고 있다. 상하이시는 신항만 건설에 따라 세계 1위를 넘보기 시작했다.

장영오 차장은 "부산항의 전체 화물 처리 중 약 40% 가량이 중국 관련 환적 물량이다. 하지만 신항만이 건설되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부산항이 일본 물류 처리 확대로 숨통이 트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상하이의 물류 능력에 압도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순간 갑갑해짐을 느꼈다. 우리는 '위대한 해상왕'이었던 장보고를 선조로 두고 있음에도 이처럼 시대 흐름에 뒤지고 있다니. 동시에 일단 결정하면 아찔할 정도로 거침없이 내닫는 중국 자본주의의 무서운 면모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대세를 타야 돈을 벌 수 있다. 국내 해운업계는 상하이의 급부상에 따라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대상선은 지난 2003년 국내 처음으로 중국본부를 세워 다각적인 전략을 수립, 추진중이다. 현재 중국내 6개 법인, 9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한진해운은 최근 양산항 근처에 컨테이너 야적장 등을 위해 3만2000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예 중국에 수리 조선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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