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임승욱 한국크로락스 사장

"밀폐용기에 선풍기를 달아보면 어떨까요?"
임승욱 한국크로락스 사장(44)이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한 사연은 이랬다. "요즘 제 고민은 '우리 제품을 어떻게 바꾸면 더 잘 팔 수 있을까'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루는 10살짜리 제 아들이 용기에 선풍기가 달려 있으면 바람 때문에 뜨거운 음식도 금방 식고, 잘 쉬지도 않아서 인기가 좋을 것 같다고 진지하게 제안 하더라고요.(웃음)"
임 사장은 지금 머릿속엔 밀폐용기 '그래드'를 소비자가 먼저 찾는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생각 말고는 없다고 했다. 크로락스는 미국을 비롯, 세계 100여 개국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종합 생활용품 전문회사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경쟁 밀폐용기와 저희 제품은 태생적인 차이가 있어요. 경쟁제품은 반영구적인 하드락 제품이고, 그래드는 가격 부담 없이 가볍게 쓰다 버릴 수 있는 소프트락 제품이거든요. 문제는 국내 소비자들이 별다른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 사정이야 어찌됐든 `소비자가 찾지 않는 제품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임 사장은 한국크로락스가 가야할 길을 잘 알고 있었다. "한국에 들어왔으면 현지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취임 직후부터 임직원들과 소비자 불편사항을 바탕으로 그래드 제품 업그레이드 작업을 실시하고 있어요. 이에 대해 호주는 물론 미국 본사에서도 표준으로 채택할 만큼 반응은 좋은 편입니다."
설거지 할 때 그릇이 미끄러지지 않게 겉 표면에 엠보싱 처리를 하거나, 용기 바닥과 뚜껑을 밀착시켜 여러 단을 쌓아도 흔들리지 않게 하는 방식 등을 보완했다. "물론 획기적인 변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사용의 편리함이 배가됐다고 확신합니다. 이런 게 바로 저희가 추구하는 제품혁신이지요."
임 사장은 홍익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여러 외국계 기업에서 18년간 일하면서 주로 회계 업무를 담당해 온 '살림꾼'출신이다. 97년 한국크로락스에 입사한 이래 재경부 이사를 지내는 등 회사 살림을 도맡아 해오다 지난해 회사의 주력 브랜드를 재편하면서 새 수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엔 조직을 재정비하느라 바빴습니다. 살충제 사업의 매각으로 조직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그래드'를 중심으로 전열은 더욱 강화됐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요즘 '1등이 아니면 어떻습니까'라는 인상적인 TV광고가 있더군요. 크로락스는 한국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제품군을 가진 회삽니다. 좋은 제품들을 계속 한국에 소개하면서 소비자와 밀착된 경영을 펼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