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베트남 그 환상적인 만남
베트남이 친숙하면 신세대, 월남이 친숙하면 구세대라고 해도 어폐가 없겠다. 최근 들어 베트남이란 영어식 지명이 널리 통용되지만 구세대들에게는 월남이라는 중국식 지명이 익숙하다.
가수 김상희씨가 불렀던 유행가도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이지 “베트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가 아니다.
월남의 어원은 越南이다. 중국의 남쪽 지방인 월나라(오월동주의 그 월나라다)의 남쪽에 있다고 해서 월남이다.
월남의 중국식 발음이 ‘위에난(wie-nan)’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를 ‘비에트남(viet-nam)’이라고 발음한다. 베트남 역시 한자문화권이고 우리말에 없는 성조가 있다. 중국어는 4성인데, 베트남어는 6성이다. 한국어보다 베트남어가 중국말에 더 가깝다는 증거이다.
요즘 베트남 쌀국수 체인점으로 유명한 '호아빈'을 보면 한국 중국 베트남이 동일한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다. 호아빈은 꽃병이다. 꽃병의 한자말인 ‘花甁’을 한국은 화병이라고, 중국은 화핑(hua ping)이라고, 베트남은 호아빈(hoa binh)이라고 각각 발음한다.
사실 한국과 베트남 모두 과거 중국의 위성국가(조공국가)였다. 베트남의 국부 호치민도 유명한 유학자이며, 그는 자신의 일기를 한자로 썼다고 한다.
그러한 베트남이 빠르게 중국의 위안화 경제권에 편입되고 있다. 중국이 베트남을 제조업 기지로 만들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두 나라는 미국과 멕시코처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미국과 멕시코의 결합은 북의 선진국인 미국의 자본과 남의 후진국인 멕시코의 저가 노동력이 결합한 것으로 ‘남북경협’(선진국-후진국의 국제협업)의 대표적 사례이다.
중국은 자본을 축적, 이제 해외로 진출할 단계가 됐고, 베트남은 중국보다 인건비가 3분의1 정도 싸다. 중국의 자본과 베트남의 저가 노동력이 결합,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구조이다.
중국은 베트남의 싼 인건비 이외에도 여러 가지를 이용할 수가 있다. 베트남은 도이모이정책(베트남식 개혁개방)을 추진한지 20년이 넘어 인프라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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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입장에서는 공장을 베트남으로 대거 이동시킴으로써 급속한 경제개발로 인한 전력난을 피할 수 있다. 베트남은 문자해득률이 98%일 정도로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베트남인들은 만만디인 중국 사람에 비해 일처리가 훨씬 빠르다.
정서적 공감대도 상당하다. 중국과 베트남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형제의식이 있다. 공산혁명 일세대인 마오쩌둥, 김일성, 호치민 등은 친형제처럼 지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중국이 공장을 베트남으로 대거 이동시킴으로써 선진국의 대중 무역 보복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베트남에서 생산된 물품을 바로 수출할 것이다. 베트남에서 생산된 제품은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니고 ‘메이드 인 베트남’이다.
중국이 공장을 미개발지인 중국의 서부 내륙으로 옮기지 않고 베트남으로 옮기는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공장을 서부 내륙으로 옮기면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좋을 것이다. 그러나 수출을 할 경우, 육상운송 비용이 추가로 든다.
이에 비해 베트남은 바로 해상운송이 가능하다. 세계지도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지만 베트남은 홍콩 바로 아래 있어 중국 대륙의 동남연해라고 보면 된다.
베트남은 우리가 선점했다. 지금은 몰락했지만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는 이 시대의 화두를 던진 김우중 대우 회장 덕택으로 한국은 베트남에서 경제에 있어서만큼은 종주권을 행사할 위치에 있다. 그러나 중국에게 그 마저도 뺏길 처지이다. 중국의 부상이 빠르고도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