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

논어에 이르길, '군자불기'(君子不器)라 했다. 군자는 그릇처럼 자기를 고정하지 않는다는 뜻.
요즘 시대에 맞춰 해석하면, 리더는 다양하고 폭넓은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이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장하성(52.사진) 학장(경영대학원장)이 길러내고자 하는 인재상이기도 했다.
# 와인 vs. 막걸리
지난 16일 오후. 고려대 LG·POSCO 경영관에선 클래식 음악 선율이 울려 퍼졌다. 장하성 학장이 경영대학 종강에 맞춰 '와인의 향기'라는 이름으로 클래식 음악연주회를 개최한 것. 특히 음악회가 끝난 후 대강당 옆 로비에선 와인 파티가 이어졌다.
여기엔 고려대 개교 100주년 기념와인인 '라 까르도네'가 쓰였다. 고려대하면 전통의 '민족 사학'이요, 막걸리로 상징되는 서민적 분위기가 떠오른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그런 이미지와는 다소 동떨어진 풍경이었다.
장하성 학장은 이에 대해 "우리 것이면서도 글로벌 스탠더드(국제표준)에 맞고, 동시에 글로벌 스탠더드이면서도 우리 것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민족 고대인 동시에 글로벌 고대를 지향한다는 의지를 경영대학에 담아내기 위해 고품격 글로벌 문화의 상징인 와인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 국내기업 가운데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많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런 기업에 걸맞는 인재를 배출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국내 경영대학들은 기업의 경쟁력에 걸맞는 경쟁력을 아직 완전히 갖추지 못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당장 저부터 반성해야 할 문제입니다."
솔직하고 과감한 발언이었다. "이미 많이 늦었습니다. 이제 한국에도 이런 경영대학이 있다고 세계에 내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음악회와 와인파티를 마련한 또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안팎으로 기본교육 방침을 일일이 설명하는 대신, 저희들의 변화에 대한 의지를 바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년엔 더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행사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 리더의 덕목
장 학장은 그저 능력만 있는 인재가 아닌, 제대로 된 리더를 길러내고 싶다고 했다. "경영학은 기능적인 효율성을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이런 측면만으론 리더를 양성할 수 없습니다. 감성을 가져야 하고, 사람을 읽어야 하며, 사회와 세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문학적 다양성을 이해해야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창조적 사고는 일일이 가르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아예 교육과정을 완전히 바꿀 생각입니다. 경영학 전공필수 과목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사회과학과 인문학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는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하며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부르짖은 대표적인 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동시에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야 할 '친기업적인' 경영대학장이기도 하다. 다소 묘한 느낌이 든다는 말을 건네 봤다.
"저로선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제가 추구하고 동시에 학생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른 경영'과 '가치 경영'입니다. 기업들에게 마찬가지로 이런 글로벌 스탠더드를 늘 강조했던거죠.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해선 책임성과 투명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제 우리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도 투명성과 책임성, 다양성을 받아들여 유지가능한 가치를 계속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당당한 소신을 밝혔다.
"학장으로서 대외활동을 하다보면 일부에선 저를 불편하게 여기는 분들도 물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무엇이 바른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가정이나 학교, 사회활동에서 모두 같다고 봅니다. 시장원리에 따라 바른 경영으로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해 낼 좋은 인재를 배출해 낸다면, 학교 운영에 오히려 더 많은 격려와 후원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