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호재 간파 수싸움 치열...초보들은 여전히 아파트에 몰려
"초보자는 줄고, 경매고수들은 더욱 늘었네요."
병술년 새해, 전국을 통틀어 가장 먼저 법원경매를 진행한 서울 동부지방법원. 지난 2일에도 어김없이 경매 투자자 200여명이 발디딜 틈없이 경매법정을 가득 메웠다.
오전 10시부터 입찰서를 작성해 투찰순서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총 84건의 입찰이 진행된 이날 경매는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1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송파구와 강동구, 성동구 등의 입찰물건을 관할하는 동부지원은 지난해말 정부가 송파신도시 개발계획을 확정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고덕주공아파트 재건축 열기와 뚝섬개발 호재 등도 투자자들이 동부지원을 주목하는 배경이다.
새해 첫날 경매법정은 초보자보다는 중급 이상 고수들이 입찰열기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보자들이 선호하는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주택과 상가, 토지 등이 입찰물건의 주류를 이뤘지만 입찰자들이 만만치 않은 것이 이를 반증해준다.
2회 이상 유찰돼 감정가의 64%이하로 입찰가가 떨어진 물건들은 수십억원대 토지에서 수억원대 주택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고수들에게 낙점됐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특A급 물건이 없는데도 새해 첫날 경매 법정에 이처럼 붐빈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저가 낙찰이 많이 이뤄진 것을 볼때 평균 3∼4회이상 낙찰경험을 가진 중급 선수들이 많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경매전문가들은 특히 올해 일반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경매시장도 초보자들은 걸러지고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 위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이날 동부지원에는 새해 첫날 입찰 분위기를 관찰하면서 올해 경매시장의 흐름을 읽으려는 고수들도 적지 않았다.
◇불붙은 고수들의 입찰경쟁〓입찰 초반에 단연 관심을 끈 물건은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다세대주택. 대지지분만 20평인 이 물건은 1억2360만원에 낙찰이 이뤄졌다. 땅값만 평당 600만원인 셈으로 입찰가 차순위자와 불과 200만원차이로 간발에 낙찰됐다. 왕십리 뉴타운지역과 가까운 이 물건은 중장기 개발호재를 간파한 고수들 7명이 달려들었다.
강동구 천호동 고려아파트 34평형도 5명이 경합을 벌인 끝에 1억721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2억2000만원으로 역시 투자경험이 풍부한 고수들이 무리하지(?) 않은 금액으로 낙찰경쟁을 벌인 물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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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지역의 베스트빌 아파트 49평형도 감정가는 3억2000만원이었지만 1억원이 낮은 2억1750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이밖에 강동구 암사동의 1445평 규모 대지는 감정가는 43억4320만원이었지만 3차례나 유찰돼 이날 입찰에서 25억1310만원에 낙찰자를 찾았다.
이같은 저가 낙찰은 대부분 단독입찰이 아닌 평균 4∼5명이상 경쟁을 벌인 결과여서 더욱 주목된다. 강실장은 "지난해만 해도 경매열풍이 불면서 초보자들이 고수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금액을 써서 낙찰가를 올려놓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며 "그러나 올해 첫 경매에서는 예전과 같은 고가 낙찰이 줄어들고 중장기 호재를 간파해야 하는 물건만이 고수들 위주로 저가 낙찰되는 모습이다"고 지적했다.
올해 일반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인 가격하락을 겪을 수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초보자들의 입찰은 더욱 위축되고 선별력을 갖춘 고수들의 입찰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조짐이다.
◇올해 경매투자 저가낙찰이 핵심〓올해 경매시장은 금리인상과 일반부동산 시장의 거래실종이 맞물리면서 물건유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디지털태인 이영진 부장은 "경매물건은 일반 부동산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는 물건이 대부분인데 최근 금리인상과 8.31대책 후속 입법으로 경매에 유입되는 물건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최근 아파트 등 경매물건이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당시보다 훨씬 늘어나는 추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에따라 올해 경매시장을 실수요자나 투자자 모두 고가낙찰을 피하면 수익성을 한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러나 새해 첫날 입찰에서는 일부 호재 아파트의 고가낙찰이 여전했다.
송파신도시 인근으로 거여ㆍ마천뉴타운 개발호재가 있는 송파구 마천동 금호아파트(31평형)는 16명이 경합을 벌여 3억1480만원에 낙찰됐다. 최저 입찰가 2억2400만원은 물론 감정가 2억8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GMRC 우형달 대표는 "초보자들은 대규모 개발호재가 있는 아파트는 가격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낙찰받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미 잘알려진 인기지역 물건은 워낙 비싼 가격으로 낙찰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져 고수들은 함부로 손대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