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면초가 '앞이 안보인다'

쌍용차, 사면초가 '앞이 안보인다'

김용관 기자
2006.08.17 16:29

경영진 판단착오에 판매망도 축소… 상하이차 소극적 투자도 원인

쌍용자동차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판매는 부진하고 실적은 내리막이다. 구조조정 문제로 노사는 격렬하게 대치하고 있다.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와의 관계는 최악이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때 레저차량(RV) 명가였던 쌍용차의 기세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상태로 가다간 쌍용차가 회생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진의 늪 헤어나지 못해 =쌍용차는 지난 2002년과 2003년에 각각 16만3156대와 15만4307대를 판매하며 호황기를 구가했다. 특히 수익성 높은 내수 판매가 각각 13만1283대, 13만5547대로 전체 판매의 90% 가량을 점유할 정도였다.

하지만 2004년을 기점으로 내수 판매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2004년과 2005년 전체 판매대수는 각각 13만5547대, 14만1306대로 이전과 비슷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내수 판매는 각각 9만8001대, 7만3543대로 급락세를 보였다. 2005년에는 내수와 수출 판매 비율이 50대50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판매 부진은 곧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2002년과 2003년 각각 3204억원, 5897억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은 2004년 114억원으로 곤두박질쳤고 2005년에는 아예 적자로 돌아서 10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176억원의 적자를 냈다.

쌍용차가 이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경영진의 판단이 잇따라 빗나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2005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상되기 시작한 RV 차량에 대한 세금 파장을 경영진이 간과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2005년부터 7~10인승 RV 차량에 대한 세금 혜택을 줄여 2008년에는 일반 승용차와 같은 세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예를 들어 7인승 카이런 2.0의 경우 2004년에 6만8000원이었던 자동차 세금이 2005년에는 11만4000원으로 2배 가량 뛰어올랐다. 2006년에는 18만5000원, 2007년 25만9000원, 2008년 51만9000원 정도로 수직 상승하게 된다.

세금 인상을 앞둔 2004년부터 판매량은 하락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특히 2004~2005년 쌍용차가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개발한 로디우스와 카이런, 액티언 등이 이같은 세금 폭탄을 맞으면서 실패한 게 쌍용차에는 치명타가 됐다.

설상가상 고유가로 인해 경유 가격이 급등, 소비자들이 디젤 엔진을 얹은 쌍용차를 외면하면서 다시 한번 충격을 받게 된다. RV에 주력하는 쌍용차 입장에서 경유가격 상승은 세금 인상과 맞먹는 위력을 발휘하지만 경영진은 이를 외면했다.

이와 함께 대우자동차판매와 판매위탁 관계를 끝낸 것도 실책으로 지적된다. 대우자판과 결별하고 자체 판매망 늘리기에 나섰지만 가뜩이나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영업망마저 축소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잃어버렸다는 분석이다.

◇상하이차, 투자는 '인색' 기술에는 '집착'=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2005년 1월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지분을 인수, 대주주로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상하이차로의 쌍용차 매각은 실패한 매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쌍용차는 모기업인 중국 상하이차의 투자 지연과 경영전략 실패가 겹쳐지면서 노사관계까지 악화되는 '악순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하이차의 투자 지연으로 경쟁력 있는 신차 개발에 실패하면서 쌍용차 충성 고객들도 이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 당시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쌍용차의 자체적인 투자를 제외하고는 상하이차에서 직접 투자한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상하이차가 약속한 투자만 이행했어도 카이런이나 액티언이 실패로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상하이차는 쌍용차 투자에 소극적인 대신 기술에 대해서는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쌍용차는 상하이차와 카이런 기술과 주요 부품을 수출하는 'L-프로젝트'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쌍용차는 카이런의 중국 현지모델 개발·생산기술과 엔진 등 핵심부품을 제공하고, 기타 부품과 완성차 조립은 상하이차가 맡게 된 것.

차량 개발 후에도 쌍용차가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 등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쌍용차 소유인 만큼 기술 유출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기술 이전은 불가피하다.

◇노사 극한대립 =아울러 상하이차가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노사 관계마저 극한 대립으로 흘러가고 있다.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상하이차는 쌍용차 노조와 △고용승계 보장 △중ㆍ장기 계획에 따른 국내 생산설비ㆍ판매ㆍASㆍ부품망 유지 확장과 지속적 투자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사측은 최근 554명을 정리해고 하는 방안을 포함한 구조조정안을 노동부에 제출하는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

노조는 특히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필립 머터우 부사장을 쌍용차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량 해고를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인사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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