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소재춘 그린케미칼 사장 "무공해 제품..사회에 기여하는 거죠"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같은 기회라도 놓치고 뒤늦게 후회하면 만사지탄(晩時之歎)이지만, 성공한 사람에게는 좀처럼 얻기 힘든 천재일우(千載一遇)가 된다.
소재춘 그린케미칼 사장은 기회를 성공으로 만들었다. 또 남들이 성공했다 말하는 지금도 또 다른 기회를 위해 달리고 있다.
소 사장이 그린케미칼을 설립해 사업을 시작한 것은 불혹의 나이 40세가 되던 1998년에 일이다. 외환위기의 한파 속에서 안정적이라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포스코 기술연구소 연구원직을 접고 내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머리 희끗한 선배들이 자기 생활도 없이 연구실적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살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나이가 됐을 때는 나와 내 가족을 좀 더 챙기고 싶었고 그러려면 내 사업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포스코에 던진 사직의 변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당시는 온 나라가 '벤처'를 외치던 시절이다. 이학 박사이자 잘 나가는 연구소의 연구원인 그에게도 기회는 찾아왔고 그는 덥석 물었다. 정부가 지원하는 1억원이 조금 넘는 자금과 회사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남원에 작은 공장을 마련했다.
소 사장과 2명의 그린케미칼 창업 직원들은 우선 산업용 세척제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석탄에 얇은 막을 형성, 가루가 날리는 것을 막는 표면경화제와 강판의 압연 과정에 사용하는 기름을 없애주는 탈지제, 폐수 처리 공정을 획기적으로 단순화 시킨 불소처리제가 그것이다. 이 제품들은 지금도 포스코는 물론, 철도공사 등에서 석탄분진과 폐수 처리에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소사장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3명으로 시작한 회사가 지금은 7명의 연구원과 56명의 직원, 연 매출 190억원을 올릴 정도로 커졌지만 여전히 시작단계일 뿐"이라고 했다. 나이 40에 찾아온 기회를 잡았지만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겠다고 스스로를 다잡고 있는 것이다.
창업당시 그가 정부 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작성했던 사업계획서에는 '산업재로 기반을 닦고 소비재로 승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기회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10년만에 만난 선배의 작은 경험담을 저독성, 무공해 천연세제 '슈가 버블'이라는 꿈으로 이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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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사탕수수로 세정제를 만들 수 있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대천에 머물던 이 선배를 바로 포항까지 모시고 와서 자료를 받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소 사장은 '슈가 버블'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1년 반이 넘는 연구 끝에 물에 잘 녹는 설탕과 기름과 잘 반응하는 올리브오일을 붙여 기존 세제에 쓰이는 계면활성제와 같은 물질을 만들었다. 그리고 2002년 말 '슈가버블' 시제품 생산에 성공한다.
하지만 만들었다고 다 팔리는 것은 아니었다. 소 사장은 "이공계 사람들에게는 '좋은 제품을 만들면 당연히 사람들이 서로 쓸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며 "당시 무턱대고 제품개발만 했을 뿐, 어떻게 팔아야 할지는 생각도 못했다"고 회고했다.
천연물로 만들어 피부 자극도 없고 환경에도 좋은 세제를 만들었지만 영업조직도 없고, 대형 유통 회사에 아는 사람 하나 없던 소 사장은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소 사장은 "심지어 일부 대기업에서 먼저 제품의 우수성을 알아보고 주문자상표 부착방식(OEM)으로 공급해달라는 요청마저도 '슈가버블'이라는 이름으로 팔고싶다는 욕심에 거절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결정"이라고 웃었다.
하지만 열심히 달려온 소사장과 그린케미칼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왔다. OEM 납품을 요구했던 대기업이 시장 반응 테스트를 위해 뿌린 제품을 보고 롯데마트 담당자가 수소문 끝에 포항까지 내려온 것. 제품 생산 1년 만에 마침내 제대로 된 판매망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이것 뿐 아니다. 한 주간지에 실린 '설탕으로 만든 세제'라는 짤막한 기사 덕에 판매는 물론, 광고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홈쇼핑에 소개되는 기회를 얻었다. 그 홈쇼핑 사장이 이 주간지를 평소 즐겨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마트 입성도 우연의 연속이다. '슈가버블' 공장을 방문한 한 사진기자가 좋은 제품이라며 이마트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고, 소 사장은 그냥 의례적인 칭찬이나 인사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며칠 후 이마트 측에서 전화가 왔다. 소 사장은 제품과 함께 서울로 올라갔다. 그가 이마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정용진 부사장. 그가 의례적인 칭찬을 했을 뿐이라 생각했던 사진기자가 평소 친분이 있던 정 부사장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이를 들은 정 부사장이 큰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그린케미칼의 '슈가 버블'은 지금 전국 이마트에서 '자연주의'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소 사장은 "일면식도 없던 이런 곳들에 납품하고 또 성공하게 된 것은 지금 생각해도 행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품이 탁월했다. 우연히 들어간 대형 마트에서 별다른 광고도 없이 불과 2~3년만에 전체 세제 판매량의 5%가 넘는 판매 점유율로 브랜드 순위 7위까지 올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슈가버블'의 우수성을 알 수 있는 일화 하나. '슈가버블'이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며 기존 제품들을 위협하기 시작하자 한 대기업이 소비자단체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 '슈가버블' 라벨에 있는 '무해하다'라는 표현을 트집잡은 것이다.
소 사장은 납득할 수 없었다. 방송 촬영 때마다 '슈가버블'을 2통씩이나 직접 마셨다. '안전성' 하나만은 자신했던 그에게 칭찬은 못해줄 망정 이걸 트집잡아 제소까지 하는 대기업에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으로 평소 준비해둔 각종 실험 데이터를 통해 안전성을 입증했다. 오히려 이때 노력 덕에 '무해한'이라는 표현은 물론이고 '소금보다도 안전한'이라는 더 가슴에 와 닿는 문구를 떳떳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제는 유아용 '슈가베베'와 목욕용품 '슈가뷰티'까지 착착 준비하고 있다. 또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중소형 슈퍼 체인 납품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여기에 무자본, 무재고로 창업 가능한 '홈프랜차이즈'를 통해 대도시 주부뿐 아니라 전국에서 '슈가버블'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까지 준비 중이다.
소사장은 슈가버블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 완전 무공해 세제인 만큼 소비자층이 두터워지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와 환경에 이바지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아직 스스로를 '기업가'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점이 많아요. 하지만 슈가버블 소비자가 제품을 칭찬해줄 때는 정말 일하는 맛이 나지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으로 회사를 키울 수 있다는 걸 행운으로 생각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