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세계대전] 유럽 전략모델 씨드 양산..2010년 60만대 판매
체코 프라하에서 비행기로 1시간여를 날아 도착한 슬로바키아 질리나시. 활주로를 위태롭게 날아오른 50인승 프로펠러 비행기가 곧 자세를 바로잡고 기수를 슬로바키아로 돌렸다.
1시간여의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질리나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입국장에서 여권을 검사하던 슬로바키아 경찰의 표정이 무뚝뚝하다.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을 보기 위해 왔다"라는 말에 무뚝뚝한 표정이 금새 환해졌다. 엄지 손가락을 펴보이며 "보하타 코리아, 기아 넘버원"을 외쳤다. 보하타는 슬로바키아 말로 '부자'라는 뜻이다.

마중나온 기아차 현지 법인 관계자가 "슬로바키아 해외 투자 중에서 기아차가 가장 크기 때문에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며 "특히 기아차 옷을 입고 다니면 현지인들의 대우가 달라진다"고 자랑했다.
승용차로 10여분을 달리자 질리나 시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슬로바키아 3대 도시로 꼽히지만 아직은 자본의 때가 묻지 않은 아담하고 소박한 도시다. 거기서 10여분을 더 달려 시 외곽으로 빠지자 '기아차 슬로바키아'라는 파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기아차가 세운 하얀 건물만 허허벌판에서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다.
◇최신 기술 적용...세계 최고의 공장 자부 =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기아차가 지난 2004년 땅을 파기 시작한 이후 2년만에 세운 최신식 자동차 생산공장으로, 유럽 공략의 전초기지다. 10억유로를 투자해 설립한 이곳에서는 기아차의 유럽공략 1호 모델인 씨드를 비롯, 스포티지급 소형 SUV 모델인 KM을 생산할 예정이다.
커다란 정문을 들어서면 가운데 잔디밭과 장미꽃밭이 널찍하게 펼쳐져 있어 공원을 연상케 했다. 왼쪽에는 프레스, 오른쪽에는 도장 공장이 길게 자리잡고 있다. 정면에는 차체 작업을 마친 차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도장공장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투명 유리를 통해 보였다.

총 1조2000억원이 투자된 질리나 공장은 프레스-차체-도장-의장공장 등을 갖춰 자체 생산이 가능한 최신식 공장이다. 아직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지 않은 탓에 공장 내부는 조용했다. 바닥은 반영구적인 스틸타일을 깔아 일반 공장에서 보던 불결한 이미지는 찾을 수 없었다. 작업 공간도 널찍하다. 공작기계와 부품 등만이 공장임을 실감케했다.
프레스부터 조립까지 모든 공정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작업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특히 최신식 기술과 자동화덕분에 1분당 1대씩 차량이 생산될 수 있도록 했다. 차체공장의 경우 용접 로봇만 310대. 현대차 아산공장의 전체 로봇대수이 440여대인 점을 감안할 때 슬로바키아 공장의 자동화를 잘 알 수 있다.
독자들의 PICK!
기아차 공장 인근에는 30만대 규모의 엔진공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현대모비스, 현대하이스코 등 국내 부품업체 10여군데가 동반 진출해있다.
배인규 슬로바키아 법인장은 "공장 건설에 최신 기술을 적용해 독일 프리미엄카 생산공장보다 뛰어난 공장임을 자신한다"며 "특히 7개 차종을 동시에 혼류 생산할 수 있도록 해 효율을 크게 높였다"고 강조했다.
◇소통을 중시한다 = 기아차 질리나 공장의 모토는 존경받는 기업이다. 이를 위해 질리나 공장은 하모니(조화)와 트랜스패런시(투명)을 철학으로 삼고 있다.
질리나 공장의 현지 직원은 1300여명. 슬로바키아 전국에서 무려 20만여명이 입사 원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들의 학력 수준이 상당히 높아 기술 습득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라는 평이다.
기아차는 특히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될 씨드의 초기 품질 확보를 위해 현지인 직원 644명을 국내로 보내 양재동 본사, 화성공장, 광주공장 등에서 생산 및 품질에 관련된 집중 교육을 실시했다.

배 법인장은 "생산직은 고졸 이상, 관리직은 대학원 졸업생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을 뽑았다"며 "특히 관리직은 영어 구사 능력이 있는 사람만 채용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하모니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현지인과의 의사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여성 직원의 취업도 활발한 편이다. 전체 생산직의 1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기아차는 여성 비율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각 팀별로 현지인 30여명으로 구성돼 있는 하모니 위원회는 직원들의 불만사항을 청취해 사측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분기별로 한번 정도 한국인 임원을 만나 직원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게했다. 직원과 경영진 사이의 열린 창구인 셈.
이로 인해 질리나 공장의 노사 관계는 상당히 우호적인 편이다. 브라티슬라바에 있는 폭스바겐 공장에서는 최근 파업이 발생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배 본부장은 "현재는 노조가 없지만 언젠가 생길 지도 모른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직원과의 하모니를 위해 투명한 모습을 지켜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질리나 공장 설립에 크게 기여한 질리나 인베스트의 유라이 체르막씨는 "기아차 덕분에 한국에 대해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며 "기존에는 삼성 정도만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삼성이 갈란타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지만 기아차와는 비교가 안된다는 것.

체르막씨는 "슬로바키아에서는 기아차는 넘버원"이라며 "기아차 덕택에 슬로바키아 내의 연관업체들의 생산성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고 칭찬했다.
기아차는 또 공장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공장 직원과 질리나 주민을 위해 교육 시설을 설립했다. 현재 영어 및 한국어 강좌, 컴퓨터 교육, 각종 보수 교육 등이 열리고 있다. 연수원을 둘러보는 도중 슬로바키아인 여성이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묻기도 했다.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rope) = 기아차 질리나 공장은 지난 7일 유럽 전략모델인 씨드(cee’d)의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준공식은 씨드의 성공이 확인되는 내년 3월께 열 예정이다.
씨드는 유럽에서 디자인되고 유럽에서 생산되는 해치백 스타일의 준중형 신차. 1.6, 2.0 디젤, 1.4, 1.6, 2.0 가솔린의 5가지 엔진과 3가지 수준의 트림레벨, 12가지 바디칼라 등을 적용해 유럽소비자들의 취향을 겨냥했다.
기아차는 씨드의 본격 판매에 들어가는 내년에 10만대를 유럽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어 2010년까지 유럽 시장에서 연간 60만대의 씨드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배 법인장은 "슬로바키아에서 이곳은 기아 랜드라고 불리고 있다"며 "씨드의 성공을 계기로 이곳이 기아차 유럽 진출의 전초기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