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담합에 따른 과징금 부과 조치와 관련, 과징금이 당초 2000억원대에서 절반 수준으로 경감된 것은 환영하지만 가격담합이 정부의 행정지도로 시작된데다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 상황을 감안할 때 과도한 금액이라는 반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SK(238억원),대한유화(123,300원 ▼11,400 -8.46%)(212억원), 엘지화학(131억원),대림산업(56,900원 ▼5,800 -9.25%)(117억원),효성(131,200원 ▼6,900 -5%)(101억원), 삼성종합화학(99억원), GS칼텍스(91억원), 삼성토탈(33억원), ㈜씨텍(29억원) 등 9개사의 가격담합행위에 대해 모두 10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화업계, "원죄는 정부에 있다"
유화업계는 가격담합을 인정하면서도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담합의 발단은 지난 1990년대 초 상공부가 서산유화단지(삼성종합화학, 현대석유화학)의 대규모 신규 증설을 허용해 국내 수급불균형이 악화되자 돼 감산 및 판매량 배분 등의 행정지도를 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업계는 지난 14일 오후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당시 상공부 관계자가 선처를 요청하는 변론을 실시하기도 했다며 이는 극심한 공급과잉의 수급불균형과 석유화학업계의 장기불황을 벗어나기 위한 생계형 카르텔로 결코 부당이득을 취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나아가 유화업계가 과거 10년간 지속적으로 적자가 누적되는 환경에서도 국가 경제의 중추적 기간산업이자 핵심 수출산업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을 고려해 과징금 재산정시 추가적인 감액을 기대하고 있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환율하락과 고유가 지속, 원자재가 급등 등 삼중고 속에 세계 석유화학 경기 하락으로 산업의 어려움이 크게 확대되고 있고 2009년까지 약 3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범 정부차원의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업체간 자진신고 경쟁으로 업계갈등
당초 담합을 부인하던 유화업계는 공정위의 담합 신고가 시작되면서 극심한 눈치작전을 벌였다. 이는 지난 2005년 4월 도입된 '카르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leniency program)'에 따라 과징금을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즉 가격담합을 했더라도 가장 먼저 위법사실을 자신신고하면 과징금의 100%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등으로 자신신고해도 30%를 감면받는다. 이 때문에 담합사실을 인정하지 않던 업체들이 하나둘씩 자진신고를 하면서 감면경쟁이 벌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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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의 화학제품 가격담합 결정 품목 중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분야에서호남석유화학(78,900원 ▼3,100 -3.78%)이 가장 먼저 담합사실을 자진신고했으며 2등은 삼성토탈이었다.
삼성종합화학과 SK는 3, 4위였지만 이중 삼성종합화학은 003년 8월 1일 삼성토탈에 영업을 양도했으나 삼성토탈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어 경제적 동일체로서 감면지위를 인정받았다.
호남석화 과징금 면제, 최대 수혜
따라서 이번 담합 조사의 최대 수혜자는 호남석유화학이 됐다. 유화업계 1위인 호남석유화학은 당초 가장 많은 과징금을 물게 될 뻔 했으나 최초 조사협조자로서 전액을 면제받았다.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신고를 통해 30%의 과징금을 덜 내게 됐다.
반면 유화업계 4위인 SK가 한발 늦게 자진신고를 해 최대과징금의 덤트기를 쓰게 됐고 고발까지 당하는 처지가 됐다. SK는 이에 대해 현재 공정위에서 일부 품목 매출액에 대한 재산정을 진행중이라고 발표했으므로 최종 결과가 나온 뒤 입장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화업계는 업계가 자진신고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는 과정에서 업계 1위이자 석유화학공업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는 업계 맏형 호남석유화학이 가장 먼저 자진신고를 했다는 점에 대해 불만이 가득하다.
이에 대해 호남석유화학은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받고 내부 조사를 벌인 결과 부당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하고 최초 조사협조자로서 신고한 뒤 조사에 적극 협력했다"며 "지난 15일 이영일 사장도 임기만료로 협회장직을 공식적으로 물러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