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BMW, 경쟁력 비결은 '노동시스템 유연성'

[르포]BMW, 경쟁력 비결은 '노동시스템 유연성'

뮌헨(독일)=김용관 기자
2007.03.14 10:00

레겐스부르그공장, 혼류생산·탄력근무...강성노조 한국과 대조

"유연성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한다."

독일 남부 바바리아의 자존심 뮌헨에서 버스로 1시간30여분을 달려 도착한 BMW의 레겐스부르그 공장.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카를 생산하는 독일 BMW의 성공 방정식은 이 곳에 고스란히 농축돼 있었다.

3시리즈의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86년 건설한 이 공장은 BMW 내에서도 1~2위를 다투는 핵심 생산시설이다. 지난해 27만대를 생산한데 이어 올해 29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을 둘러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역시 '효율'이다. 라인 투어에 동행했던 발터 후버 레겐스부르그 홍보담당자는 "현재 이 공장에서는 공식적으로 5대를 혼류생산(한 라인에서 복수의 차종을 조립하는 생산방식)하고 있다"고 했다.

1시리즈, 3시리즈 세단, 쿠페, 컨버터블, M3 쿠페에 좌우로 달라지는 운전석 위치를 감안할 경우 10대를 동시에 생산하는 셈이다. 조만간 M3 컨버터블까지 생산할 예정이어서 혼류생산 대수는 더 높아지게 된다.

혼류 생산이 기껏 2~3대에 불과한 한국과는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이 번거롭고 노동강도가 높아진다는 이유로 노조가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혼류생산이 쉽지 않다.

이에 비해 BMW는 유연한 노조 덕분에 혼류생산을 극대화할 수 있다. 레겐스부르 공장의 하루 생산대수는 약 1000대. 프리미엄카의 성격상 대부분 고객의 요청에 따라 맞춤 형식으로 조립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생산을 시작한 3시리즈 하드톱 컨버터블의 경우 첨단 기술이 적용돼 혼류생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노조는 이를 쉽게 받아들였다.

후버씨는 "직원들이 다른 차종의 조립 과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혼류생산이 가능하다"며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를 환영하고 있다"고 했다.

BMW가 자랑하는 또다른 유연성은 바로 근로자들의 근무시간. 레겐스부르그 공장이 지난 88년 최초로 도입한 '탄력적 근무시간제(Flexible Working Hour)' 시스템이 바로 그것.

이 시스템은 경기가 좋을 때는 법정 근로시간인 1주 35시간을 추가로 연장하는 대신 경기가 나쁠 때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식이다. 대신 초과 근로시간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 시간만큼 시간관리계좌(Work Time Account)에 적립한 후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 임금은 노동시간이 많을 때나 적을 때나 똑같이 월급제로 받는다. 한마디로 경기상황이나 회사 경영상황과는 무관하게 안정적인 임금과 일자리를 보장하는 제도다.

경기가 좋을 때 일을 많이하고 초과수당을 받다가 경기가 나쁠 때 대량 감원되는 다른 회사와는 확실히 구분된다. 따라서 탄력적 근무시간제는 일자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노조도 환영하고 있는 인사관리 시스템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BMW의 공장 가동시간은 주당 80시간으로 근무시간과 조립라인 운영시간은 항상 맞물려 있었다. 기존 방식에 따르면 생산량과 근무시간 조정은 전혀 불가능했다. 생산성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탄력적 근무시간제를 도입하면서 생산성이 24~30%나 향상됐다. 개인별 근무시간은 공장 가동시간과 별개로 탄력적으로 운용했지만 공장 가동시간은 주당 99시간으로 크게 늘었다.

BMW는 이와 함께 공장간 생산량 증감에 따른 인력전환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장 수요변화에 따라 인력이 남거나 부족한 공장 간에 인력을 서로 유연하게 교환, 효율성을 높인다는 얘기다.

BMW는 이를 브리딩(Breathing) 시스템이라 불렀다. 숨쉬는 것처럼 들어오고 나가는게 자유롭다는 의미다.

안드레아스 쿤츠 BMW 홍보담당은 "실제 한시간 거리에 있는 바이에른주 4개 공장(뮌헨, 딩골핑, 란츠후트, 레겐스부르그)에서는 인력이 필요할 경우 직원들을 파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한쪽에선 재고가 쌓이고, 다른쪽에선 주문이 아무리 밀려도 라인별 대체근로가 용납되지 않는 국내 자동차 업체의 현실과는 딴판이다.

혼류생산이나 파견근무에 대해 노조가 반발하지 않는지 물었지만 "개인들의 여가시간이 늘어나고, 회사의 생산성도 높아지는데 노조가 왜 반발하냐"며 오히려 되물어왔다.

실제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내부조사 결과 다수의 근로자들이 혼류생산이나 교환근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게 사측의 설명이다.

쿤츠씨는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차 생산기지로 교환근무를 자청하는 사례도 있다"며 "혼류생산과 브리딩 시스템이 결합되면서 융통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노조도 거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MW 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쿤츠씨는 "직원, 직원, 직원"이라고 3번이나 강조했다.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다양한 방식이 결국 근로자와 회사의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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