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쇼핑하듯 명품 집는 고객 줄이어

할인점 쇼핑하듯 명품 집는 고객 줄이어

LA·라스베가스·도쿄=홍기삼 기자
2007.03.19 11:00

[르포]미리 가본 ‘프리미엄 아웃렛’…‘20~30만 원대 명품시장 폭발할까’

미국 L.A. 근교에 위치한 데저트힐 프리미엄 아웃렛 전경.
미국 L.A. 근교에 위치한 데저트힐 프리미엄 아웃렛 전경.

지난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30분 정도 달리자, ‘데저트 힐스 프리미엄 아웃렛’(Deserthills Premium Outlets)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스페인 양식으로 건축된 단층 건물들이 구찌, 조지오 아르마니, 페라가모 등 눈에 익은 브랜드의 간판을 각기 달고 방사형으로 자연스레 늘어서 있었다.

토요일 오전 10시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는 이미 승용차들이 꽤 들어차 있었다. 여성 핸드백으로 유명한 ‘코치’(Coach) 매장에 들어서자, 계산을 하기 위해 20미터 가량 늘어선 줄이 먼저 눈에 띄었다. 주말 국내 할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명품 아웃렛에서도 똑같이 연출됐다.

가방 하나를 집어 들어 가격표를 확인하니, ‘You save 99dollar’라는 글귀와 함께 215.49달러라는 가격이 표시돼 있었다. 이 제품과 비슷한 디자인의 최신 코치백이 가까운 미국 백화점에서는 328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같은 제품에 대해 아웃렛과 백화점의 가격차가 거의 100달러에 가까운 것이다. 프리미엄 아웃렛에 고객이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로 보였다.

프리미엄 아웃렛은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유통업태다. 이른바 명품으로 일컬어지는 유명 브랜드 상품들을 한 시즌이 지난 후 25%에서 최고 65%까지 할인해 판매하는 업태이다. 미국의 경우 주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교외에 위치해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오전 11시가 넘어서자, 햇볕이 한여름을 연상케 할 정도로 따가워졌다. 반팔, 반바지 차림을 한 고객들의 발걸음은 더욱 늘어났다. 이미 주차장에는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객들이 끌고 온 승용차로 가득 찼다.

샌디에고에서 출근복장을 사러왔다는 20대 직장여성인 글로리는 “브랜드가 다양하기 때문에 자주 온다”고 말했다. 프랜시스라고 밝힌 한 여성고객은 “싼 가격에 좋은 제품을 살 수 있어 매주 이곳에 온다”고 전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데저트 프리미엄 아웃렛입니다.’ 갑자기 반가운 한국어 안내방송이 귀에 들어왔다. 중국어, 일본어 안내방송도 잇달아 들렸다. 이미 프리미엄 아웃렛은 웬만한 한국인 관광객에게도 필수 여행코스가 된 지 오래라는 게 프리미엄 아웃렛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1990년 7월 오픈한 데저트 힐스 프리미엄 아웃렛은 1995년, 1997년, 2002년 등 세차례나 확장공사를 진행했다. 이곳을 찾는 국내외 쇼핑객이 매년 8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프리미엄 아웃렛은 이미 미국 유통업계에서는 보편적인 쇼핑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미국 프리미엄 아웃렛은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최근 도심 상권까지 직접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03년 8월 오픈한 라스베가스 프리미엄 아웃렛의 경우 도심에서 불과 10여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구찌, 버버리, 페라가모 등 명품업체들이 기존 도심 상권이 침해된다는 이유를 들어 입점을 거부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도 프리미엄 아웃렛의 고객몰이를 무시할 수 없어 추가 확장단계에 입점하기로 결정했다. 라스베가스 아웃렛의 경우 고객의 70%가 관광객이며, 이중 65%가 해외에서 입국한 관광객이다.

이웃 일본도 프리미엄 아웃렛 열풍에 빠져있다. 미국 첼시그룹은 지난 2000년 7월 해외 첫 프리미엄 아웃렛을 일본 고덴바에 열었다. 이후 6년간 5개 지역에 프리미엄 아웃렛을 잇달아 열어 일본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는 7월 6호점이 추가로 오픈될 예정이다.

일본의 유명 관광지인 후지산, 하코네 온천과 근접해 있는 고덴바 프리미엄 아웃렛의 경우 내년 초까지 3단계 확장공사를 진행할 정도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고템바 아웃렛은 1만1000여 평의 부지에 주차대수 5000여대, 연간 방문객 800만 명이라는 기록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17일 고덴바 아웃렛에서 만난 오카자키씨(시즈오카현 거주)는 “유명 브랜드가 많고, 전체가 1층 건물이라 유모차 끌기도 편해서 두세 달에 한번씩 온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일본 고덴바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고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지난 17일 일본 고덴바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고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일본, 미국보다 한국 아웃렛이 더 잘될 것”=‘프리미엄 아웃렛 바람’은 곧 한국에도 불어 닥칠 전망이다. 오는 6월1일신세계(313,500원 ▲13,000 +4.33%)와 미국 첼시가 손잡고 경기도 여주에 프리미엄 아웃렛 1호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이먼첼시 캐런 플루하티(43) 부사장은 지난 10일 미국 데저트 힐스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에는 115개 브랜드도 입점한다”며 “일본과 비교해 한국이 성장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캐런부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의 강한 브랜드 선호와 쇼핑을 즐기는 성향, 현명한 소비경향 등이 프리미엄 아웃렛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가 오픈 가능성에 대해 그는 “부산, 대구, 서울 등지서 소비 잠재적 시장 알아보고 있지만, 아직 정확하게 결정된 건 없다”며 “독특한 비즈니스모델로 한국유통에 큰 변화를 가지고 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리미엄 아웃렛이 도입되면 국내 유통업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유명 브랜드 제품에 대한 아웃렛 쇼핑이 보편화되면, 명품 시장의 전체 파이가 확대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럴 경우 각 유통업태가 고가 수입상품 시장을 놓고 본격적인 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백화점이 중심이 되고 있는 기존 명품시장과의 충돌가능성에 대해 신세계 박주성 상무는 “프리미엄 아웃렛 시장은 기존 명품시장의 틈새시장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 시장”이라며 “명품 시장의 전체 파이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순화 연구원은 “지난 2005년 프리미엄 아웃렛에 대해 타당성 검토를 한 적이 있는 데 그 때 이미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됐었다”며 “서울에서 1시간 이상 차를 타고 나가서 쇼핑하는 문화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만큼 일정 기간 시험 기간을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