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리고 또 뚫린 기아차 '화성공장'

뚫리고 또 뚫린 기아차 '화성공장'

이진우 기자
2007.05.10 17:24

'직원들 모럴해저드+허술한 사업장 관리' 합작품

#1. 지난 4월, 기아차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2년전 경기도 화성공장에서 발생한 차량부품 유출사건에 연루돼 사법처리를 받은 직원 50명에게 해고 등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를 당한 이들은 2003년초부터 수출용 차량부품을 빼돌려 카센터 등에 팔아 넘기가다 2005년 7월 경찰에 적발돼 무더기로 사법처리를 받았다.

#2. 기아차 전 화성공장장 김모(62)씨등 전현직 직원 9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쏘렌토와 카니발의 차체조립 및 검사기준 자료와 신차 'HM(프로젝트명)'의 개발계획 등 57개 영업비밀 자료를 자동차 기술컨설팅 업체인 A사에 넘겼다가 10일 검찰에 적발됐다. A사는 넘겨 받은 기술을 중국 C사에 이전해 주고 2억3000여만원을 받았다.

얼핏 보면 하나는 직원들의 '단순 절도', 다른 하나는 '산업스파이'에 가까운 대규모 기술유출 사건이지만 공통점도 적지 않다.

우선 2년을 사이에 두고기아차(166,300원 ▼8,400 -4.81%)화성공장이라는 단일 장소에서 크건 작건 회사의 '소중한 자산'이 장기간에 걸쳐 무더기로 빼돌려졌다. 한마디로 '한번 뚫린 곳이 연이어 또 뚫린' 셈이다. 회사측은 '보안시스템'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큰소리 쳤지만 정작 진짜 '도둑'은 내부에 있었다.

사후관리도 미진했다. 부품유출 사건의 경우 경찰에 적발된 지 2년이나 지난뒤에야 징계가 이뤄졌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지켜보고 결정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지만, 대개 이런 사건은 경찰에 의해 사법처리가 이뤄지는 순간부터 일정수준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규모 기술유출 역시 회사측은 국정원이 처음 조사에 착수하기 직전까지도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이번에 기술을 넘긴 중국 C사가 어딘지 등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안보의식' 결여를 넘어선 직원들의 모럴해저드와 회사측의 허술한 사업장 관리가 빚어낸 합작품인 셈이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이날 "현재 관련부서를 중심으로 자동차 생산기술이 어느정도까지 유출됐는 지를 파악 중"이라며 "그나마 모든 핵심기술이 빼돌려지기 전에 적발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주요 시설에 대한 출입검색을 엄격히 하는 것은 물론 협력사와의 기술용역 계약시 보안서약을 맺는 등의 보안대책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전현직 직원들이 이처럼 마음먹고 공모할 경우 물건을 훔쳐도, 영업비밀을 빼돌려도, 사실상 무방비 상태임이 드러났다.

일례로 검찰조사 결과 한 직원은 정상적인 휴일 출입절차를 무시한 채 기술유출 관련자들이 화성공장을 드나들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곧 기아차가 중국에서만 4조7000억원의 손실(관련기술이 모두 유출됐을 경우 추산치)을 입을 정도의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국가적으로도 이미 턱밑까지 추격해 온 중국과의 자동차 기술격차가 3년에서 1.5년(2010년 기준)으로 줄어드는 피해를 입혔다.

이번 사건은 사실 기아차만의 문제라고 단정짓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전현직 직원들이 회사 몰래 조직적으로 일을 벌일 경우 적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반도체와 휴대폰, LCD, 자동차, 조선 등 우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업체들은 저마다 '철통보안'을 외치면서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비슷한 사건이 심심찮게 벌어지곤 한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적발된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건수는 92건,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 약 95조9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이런 사건의 범인은 대부분 전현직 직원(79건, 86%)이거나 협력업체 및 기술용역 업체들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이같은 유형의 기술유출을 원천적으로 막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보안의식' 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보안제도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기술보안'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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