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디자인센터 및 선행기술센터...수시로 경쟁차 완전 분해

"모든 것은 하나의 선에서 시작한다(It all starts with a single line)."
고성능에만 집착, 소비자에게 외면받던 닛산이 어느 순간 매력적인 모습으로 달라졌다. 변화는 참신했다. 튀지 않으면서도 강한 정체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바로 '하나의 선'에서 시작됐다. 2000년 1월 닛산에 합류한 시로 나카무라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은 고리타분한 닛산의 디자인을 통째로 흔들었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부진을 면치 못하던 닛산은 프리메라, 페어레이디 Z, 큐 등 히트작을 잇따라 내놓으며 자동차 업계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24일 닛산 변화의 시발점인 일본 가나가와현의 아츠기에 있는 닛산 디자인센터를 찾았다. 도쿄 시내에서 1시간 30분여를 달려 도착한 닛산 디자인센터(PIF: Project Imagination Factory).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드시 이곳은 단순한 디자인 센터가 아니다. 닛산의 창조적인 상상력이 현실로 만들어지는 공장이다. 따라서 왠만한 곳은 사진 촬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철저한 보안을 자랑한다.
PIF는 닛산의 글로벌 디자인을 총괄하는 곳으로 지난해 완성됐다. 닛산의 디자인센터는 1935년 7명의 디자이너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600여명의 디자이너들을 거느리는 대규모 조직으로 성장했다.
현재 닛산은 이곳 이외에 일본 하라주쿠, 미국 샌디에이고와 디트로이트, 영국 런던, 대만 등에 총 6개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아츠기의 PIF는 이들 스튜디오를 총괄하는 닛산 디자인의 심장부인 셈이다.
시로 나카무라 부사장은 "현재 전세계에 90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있으며 이곳 PIF에만 60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창조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며 "새로운 글로벌 디자인센터는 혁신적인 제품을 보다 빠르게 시장에 내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략적인 프리젠테이션 이후 제일 먼저 들른 곳은 '룸 700'이라고 씌여진 방. 이 곳은 개발 중인 차량의 최종 디자인을 전시, 경영진들과 디자이너들이 함께 참여해 최종적으로 양산을 결정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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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와 중형 세단이 전시돼 있다. 하시모토 매니저는 "이곳에 전시되는 차량은 최종단계에 있는 차량"이라며 "지금 보는 차도 조만간 출시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이어 디자이너 작업공간을 볼 차례. 입구에 들어서자 빨간 벽에 'It all starts with a single line.'이라는 문구가 씌여있다.
안내를 맡은 하시모토 마사히코 글로벌 디자인 매니지먼트 매니저는 "디자이너들이 초심을 갖고 일하도록 독려하는 문구"라고 설명했다.
그 바로 옆 벽면에는 커다란 연필과 그 연필심에서 출발한 선이 벽면을 타고 이어졌다. 이 선은 PIF 전체 벽을 타고 끊어지지 않고 쭉 이어진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환하게 밝은 작업 공간에는 몇몇 디자이너들이 작업 중이었지만 정적이 흐를 정도로 조용했다. 커다란 야자수와 천장에 매달린 비행기가 눈길을 끌었다. 디자이너들의 창조성을 자극하기 위해 회사측이 설치한 조형물이었다.
디자이너들의 작업공간을 벗어나자 커다란 '모델홀'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선 각 차량의 스케치와 사진, 최종 모델 등 신차가 탄생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마침 '인피니티 G37 쿠페'의 클레이(진흙) 모형이 제작되고 있었다. 클레이 제작은 디자이너가 구상한 이미지를 3D로 제작한 후 실제 차량과 똑같이 만들어 보는 작업. 이 단계를 통과하면 본격적인 차량 개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업이다.
클레이 모델을 제작한 이후에는 실제 차체와 같은 색깔의 필름을 부착해 차체의 흐름과 빛의 반사 등을 확인하게 된다.
PIF이 총 길이는 300미터로, 복도 곳곳에는 각종 편의 시설은 물론 디자이너들만을 위한 도서관이 마련돼 있다.
이곳 사람들은 도서관을 '인포 키친'이라고 불렀다. 아트, 패션, 건축관련 잡지와 책 등 다양한 정보(음식재료)를 이용해 음식(디자인)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 '키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PIF를 구경한 후 도착한 곳은 닛산 선행기술 센터(NATC: Nissan Advanced Technical Center). 닛산 차에 적용되는 첨단 기술들이 개발되는 곳이다.

음주 운전을 막기 위한 기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청정 디젤 엔진을 위한 기술, 도시형 전기자동차인 피보2 등이 이곳에서 개발됐다.
대학교를 개축해 만들었다는 이곳은 자연과 함께 하고 있다. 천장 곳곳에는 식물원이 마련돼 있고, 비스듬한 천장은 유리로 만들어져 조명이 따로 필요없을 정도였다.
이곳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컬래버레이션 룸. 쉽게 말하면 경쟁업체들의 차량을 완전 분해해 비교 분석하는 곳이다. 마침 이곳에는 렉서스 GS450h를 완전 분해한 후 부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닛산 관계자는 "벤치마킹 대상이라면 국적 불문하고 완전 분해한 후 비교 분석 작업을 펼치고 있다"며 "최근 혼다와 스즈키, 토요타의 제품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