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스포츠맨, 모내기 하는 CEO

만능 스포츠맨, 모내기 하는 CEO

김희정 기자
2008.01.2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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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LIFE] 엠게임 권이형 대표

▲러닝머신을 뛰고 있는 권이형 대표
▲러닝머신을 뛰고 있는 권이형 대표

단풍이 곱게 물든 지난해 10월. 온라인 게임업체 엠게임의 전직원이 부천 종합운동장에 모였다.

아침부터 모인 직원들은 유니폼을 입고 4개 팀으로 나뉘어 응원에 한창이었다.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전직원 체육대회가 열린 날이다.

 

그 동안 부서 별로 삼삼오오 점심 내기 경기를 한 적은 있지만 전 직원이 모여 체육 대회를 열기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권이형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직원들에게 사내 체육대회야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행사일 수 있지만, 이날 직원들은 권 대표의 체력에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축구하는 CEO. 그것 역시 새로운 건 없다. 농구하는 CEO. 그것도 별 대수겠는가. 하지만 런닝머신에 올라 직원들 가운데 가장 오래 달리는 기염을 토할 줄이야. 이건 예상 밖의 일이다. CEO의 막강 체력에 젊은 직원들도 혀를 내둘렀다.

 

권 대표는 등산을 좋아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말에는 서울 근교 산에 오른다. 가끔 회사 임원이나 직원들과 함께 오르기도 하고, 부서 등산대회를 열어 직원들과 등반을 하기도 한다.

 

지난 1999년 엠게임(구 위즈게이트)의 창업 멤버로 연매출 560억원 규모의 회사를 만들기까지 가족처럼 함께 해온 직원들이다. 회사가 커져도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최대한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직원들 마음이 CEO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운동하며 얘기를 나누다 보면 거리감이 줄어들고 친밀감은 두터워진다.

▲사내 체육대회에서 권이형 엠게임 대표가 직원들과 농구 경기를 펼치고 있다. 주황색 자켓을 입고 공을 쥐고 있는 권 대표.
▲사내 체육대회에서 권이형 엠게임 대표가 직원들과 농구 경기를 펼치고 있다. 주황색 자켓을 입고 공을 쥐고 있는 권 대표.

권 대표는 대표직에 오르기 전에도 직원들과 워크샵을 가면 야구 장비를 빌려 야구를 하고, 여직원들과는 배드민턴 시합을 즐겼다. 직원들과 운동할 때는 권 대표만의 철칙이 있다. "사장이라고 봐주지 말라"와 "직원 앞이라고 체면 세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눈치보고, 배려하다 보면 재미 있을 리 없다. 온라인게임 회사이다 보니 사내에서 게임 대회도 잦다. 권 대표도 빠지지 않는다. 사내 온라인 게임경기에서 쟁쟁한 신입사원들을 제치고 권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하기도 한다. 온라인게임사 대표가 만능 스포츠 CEO를 자처하면서, e스포츠라고 뒤질 수 있나.

 

권 대표의 또 다른 낙은 농사다. 돌아갈 곳이 있는 이에게는 방랑도 낙이라 했다. 땅은 언제 돌아가도 권 대표를 반기는 고향이다.

 

고향인 김포에는 칠순이 되신 부모님이 아직도 밭을 갈고 논을 매신다. 땅에서 나고 자란 권 대표도 봄부터 가을 추수까지는 매주 주말 가족과 함께 일손을 돕는다. 주말 농장 차원이 아니라 고향과 땅에 대한 애정이다.

 

주말 농장에 관심있는 직원들을 초대해 모내기 시범을 보이기도 한다. 모내기 후 즐기는 야참은 비할 데 없는 꿀맛이다. CEO인 지금도 고향 친지들과 함께 할 때는 함께 논바닥에 앉아 야참을 즐기는 '형'이고, '아우'다. 부친의 3형제가 모두 한 동네에 살기 때문에 한 집 건너 친척, 한 집 건너 인척이다.

 

추수 시즌에는 5남매가 다 김포에 모여 농사일을 돕는다. 서울로, 안양으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은 농번기마다 한자리에 모여 애 키우는 얘기, 사람 사는 얘기로 이야기 꽃을 피운다. 아내와 아홉살, 일곱살 된 아이들도 이젠 고향 가는 길이 익숙하다.

 

"요즘은 돈 주고도 사람을 살 수가 없어요. 젊은 사람들이 아예 없죠. 핑곗김에 온가족이 모여 얼굴을 자주 보게 돼요. 기자님도 와서 일 거드시면, 다음 수확물 좀 드릴께요." 봄이 되면 기자도 한 번쯤 김포에 들러 고구마라도 캐야할 듯 싶다.

 

권 대표는 최근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도 하면 할수록 매력이 있더군요. 경치를 즐기며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서 좋아요."

 

하지만 아무래도 골프는 직원들과 함께 하기엔 벽이 높다. "골프야 사업상 필요해서 배우는 면도 있고... 직원들이 할 수 있을 만큼 대중화 될 때까지는 앞으로도 농구하고 축구하며 땀 흘리는 시간이 더 많을 것 같네요."

 

밭을 갈고, 논을 매고, 축구하고, 산에 오르고…. 이래 저래 몸 쓰는 일에는 한 가닥 하는 권 대표. 신입 사원에게 러닝 머신 선두 자리를 뺏기는 날이 와도, 권 대표는 열심히 움직이고 달릴 것 같다.

◇권이형 대표 약력

1970년 7월 8일 출생

1989년 2월 경기도 김포 하성고등학교 졸업

1993년 2월 중앙대 공과대 전자공학과 학사

1993년~1996년 셈틀

1996년~1999년 ㈜ 메닉스 팀장

1999년~2004년 ㈜ 위즈게이트/ ㈜엠게임 이사(2003년 4월 사명 변경)

2004년~2006년 ㈜ 엠게임 부사장

2006년 9월~현재 ㈜엠게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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