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외편에는 유명한 우물 안 개구리 비유에 이어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산다'는 예미도중(曳尾塗中) 일화가 나옵니다.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산다
장자가 낚시를 하고 있는데 초의 위왕이 사람을 보내 장자를 재상으로 삼고 싶다는 뜻을 전합니다. 그러자 장자는 낚싯대를 쥔 채 돌아보지도 않고 말합니다.
"초나라에는 신령스런 거북이 있는데 죽은 지 3000년이나 되었다더군요. 임금은 그것을 비단으로 싸서 상자에 넣어 잘 보관하고 있다는데 당신이 만약 그 거북의 입장이라면 죽어서 뼈만 남아 존귀하게 되고 싶겠소,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니고 싶겠소. 어서 돌아가시오. 나도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살 테니까."
장자는 ‘원추’라는 새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원추는 남해에서 출발하여 북해로 날아가지만 오동나무가 아니면 머물지 않고, 멀구슬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를 않으며, 감로천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는 말로 권세와 명예를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거세를 하고 아이를 삶아 바치다
현실적으로 권력자와 관료, 정치인들에게 장자의 이런 태도를 따라하라는 건 무리겠지요. 오히려 '한비자'에 소개된 권력을 얻기 위한 여러 처세술이 훨씬 가슴에 와닿겠지요.
한비자의 난언(難言)과 이병(二柄) 편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상고시대에 이윤이라는 사람은 왕이 자신을 요직에 등용해 주지 않자 몸소 솥과 도마를 들고 가서 요리사가 돼 왕과 친해지는 전략을 씁니다. 백리해는 군주에게 등용되기 위해 노예가 되기도 합니다.
제나라 때 수조라는 사람은 임금이 남자를 질투하고 여색을 밝히자 스스로 거세를 한 다음 후궁들을 관리하는 내시가 됨으로써 왕의 총애를 받습니다. 춘추시대 요리의 달인으로 불린 역아는 자기가 모시는 군주가 진기한 맛을 즐겨 찾자 그의 환심을 사려고 자기 아들을 삶아 그 고기를 바치기도 합니다.
# 술이 확 깨게 만드는 관료들
권력 교체기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실용주의를 내세워 과거를 묻지 않고 사람을 쓰겠다고 하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고위직들의 기회주의적 행태가 극에 달한 느낌입니다.노무현 정권 아래서 누구보다 승승장구한 현직 고위 관료가 연말 송년회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나서는 참여정부에서 정말 힘들었다며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노래를 불러 참석자들의 술이 확 깨게 만든 일은 하나의 예에 불과합니다.
대통령과 같은 대학 출신임을 내세워 열심히 줄대기를 하고 있는 현직 장관, 참여정부의 장관직을 그만두자마자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에서 재빠르게 직함을 얻은 관료, 새 정부에서 자리를 얻기 위해 후배 관료들까지 동원해 언론에 열심히 펌프질을 해대는 전직 장관 등 영혼을 팔아먹은 관료들의 얘기는 겨울밤 술자리에서 좋은 안주감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스스로 거세를 하지도 않았고 자기의 아들을 삶아 바치지도 않았으니 이들의 행태가 한편에선 애교스럽고 귀엽기조차 합니다.
#묘비 위에 단 한 줄의 미문도 남지 않으리
☞ 베르디 작곡 오페라 맥베스의 아리아 '연민도 존경도 사랑도' 듣기
독자들의 PICK!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스는 권력을 향한 끝없는 욕망의 최후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무장으로서 실력과 용맹을 갖춘 장군 맥베스와 그의 부인은 공모해서 왕을 죽이고는 스코틀랜드의 왕이 됩니다.
그러나 이때부터 불행이 시작됩니다. 두 사람 모두 정신착란과 몽유병에 시달립니다. 마침내 잉글랜드와 연합한 반군의 공격을 받고 무너집니다.
반군의 공격 소식을 들은 맥베스는 그 유명한 '연민도 존경도 사랑도'라는 자신의 최후를 예감하는 아리아를 부릅니다. "연민도 존경도 사랑도 노년의 안위도 이제는 다 사라진다. 사람들은 늙어가는 나에게 한 송이 꽃도 뿌려주지 않으리라. 내 묘비 위에는 단 한 줄의 미문도 남지 않으리라. 오직 저주만이, 불행했던 기억만이 나의 만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