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SPC서 인수후 국내서 유동화..외화는 스왑거래로 확보
이 기사는 11월04일(17:21)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은행들의 외화조달이 사실상 끊겨 있던 무렵인 지난달 27일. '농협, 1억달러 외화조달 성공'이란 제목의 보도자료가 언론사에 뿌려졌다. 워낙 달러가 귀한 때인지라 '정부의 지급보증 없이' 중장기 외화조달이 됐다는 '쾌거'를 언론들은 일제히 기사화했다.
그러나 외화채권 발행은 단지 겉모습일 뿐이었다. 실제로는 유동화회사를 통한 기업어음(ABCP) 발행으로 원화 자금을 모은 뒤 외국 은행과 통화스왑을 통해 외화로 교환한 거래였다.
농협은 '유동화 구조에 의한' 조달이라고 간단히 설명했을 뿐 자세한 구조는 설명하지 않았다. 외화채권이 국내발행인지, 해외발행인지도 밝히지 않았고 외화를 구한 방법이 통화스왑이라는 것도 숨겼다.
◇ 그런데, 1억달러 채권..'농협'이 샀다
농협이 발행한 외화채권을 인수한 곳은 다름 아닌 농협 스스로 만든 '아리클래식'이란 이름의 장부상회사(SPC)였다. 아리클래식은 인수자금을 모으기 위해 국내에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발행해 1233억원의 원화를 모았다.
장부상회사는 원화를 달러로 바꾸기 위해 통화스왑 거래를 했다. 그 상대방 역시 농협 자신이었다. 1233억원을 농협에 주고 1억달러를 받아 외화채권 인수대금을 지불했다. 중간에 있는 장부상회사를 빼고 보면 1억달러의 외화자금은 농협 안에서만 움직였다.
실질적으로 1억달러의 외화채권을 소화한 곳은 원화 ABCP를 매입한 국내 투자자들이었다. 실제 자금조달은 기업어음 시장에서 원화로 이루어졌는데 통화스왑을 거치면서 외화조달로 탈바꿈된 것이다.
*농협이 발행한 1억달러 채권에 대한 투자흐름, 보기 :좌→우
*원화원금 통화스왑 한도 : 한국신용평가, 유동화익스포져 평가에 근거
농협은 이를 교묘하게 포장했다. 외화조달이 '정부의 지급보증 없이' 이루어졌음을 강조해 해외에서 채권발행에 성공한 듯한 착각을 유발했다.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기로 한 것은 내년 3월까지 신규로 조달되는 '외채'이기 때문에 국내발행 외표채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
농협은 또S&P 등 국제신용평가회사가 A등급을 유지해 안정성을 인정받았고,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물 신용부도스왑(CDS) 스프레드가 급등해 중장기 외화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성과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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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 "어떻게든 달러를 들여와야 했다".."스왑 거래도 조달"
농협이 아리클래식에 넘겨주고 다시 돌려받은 1억달러를 확보한 방법도 통화스왑 거래였다. 아리클래식이 발항한 ABCP를 계열사인 NH투자증권에 내다 팔아 1233억원을 모아 오자 유럽계 은행인 CS로부터 1억달러를 받는 대신 1233억원을 주는 자금교환 거래를 했다. 결국 이 모든 거래를 압축하면 농협은 장부상회사를 통해 원화자금을 조달한 뒤 외국은행과 통화스왑 거래로 외화로 바꾼 셈이다.
농협 스스로도 이 같은 자금 돌리기를 인정했다. 그러나 외화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이 워낙 심했던 상황이라 스왑계약을 통한 달러자금 확보도 쉽지 않은 일이고, 외국은행과 스왑거래 역시 크레딧라인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조달'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협 IB사업부 관계자는 "현재는 달러를 어떤 형태로든 들여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국은행들과의 크레딧 라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달러를 가져와 재무제표 상에 기표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유동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불가피했고, 유동화구조가 없었다면 스왑거래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콘듀잇을 통해 국내 투자자들이 농협에 대해 신뢰하고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에 스왑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시장 관계자들도 부분적으로 이 말에 동의했다. 한 증권사 리스크관리 담담 임원은 "지금은 국내 은행 어느 누구라도 직접 차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농협 입장에서는 어쨌든 외화를 확보하게 된 것이고 스왑거래를 통해서라도 크레딧라인을 살려 놓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이 유동화구조를 통한 채권발행으로 외화조달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단지 스왑거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외국은행 관계자는 "외화채권 발행은 스왑 계약을 가리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농협의 외화채권 발행은 통화스왑 계약이 여러 번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왑'은 자금을 교환하는 것이지 조달이라는 개념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구분했다.
국내은행 관계자는 "농협이 외표채를 찍어, 농협의 신인도를 인정받았다는 대국민 홍보 효과를 노리고 스왑거래를 외표채 발행으로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