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2009년 증시 유력 테마, 자산재평가..정석은 옥석 가리기증시에는 여러 테마가 생겨나고 소멸하는데요. 올해 눈에 띄는 테마로는 녹색 성장과 4대강 정비사업 그리고 자산재평가가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2008 회계연도 결산이 임박하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자산재평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제증권부 유일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1 자산재평가 무엇=장부상의 회사 가치를 현실화시키는 회계장부 작성
질문)자산 재평가 공시를 했다하면 하루 상한가는 기본이던데요. 일부에서는 좀 조심해야한다는 얘기도 들리던데, 우선 자산 재평가가 무엇인가요.
답)네. 용어 그대로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현시점의 가격에 맞춰 재평가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장부에 적어둔 토지의 가격이 100억원인데, 최근 땅값이 급등해 500억원으로 불어났다면 400억원만큼 더해주는 겁니다.
이번 재평가는 외환 위기 직후 1998년에 한번 시행된 이후 10여년만에 부활한 것인데요. 정부는 재평가를 통해 자산 가치가 늘어나면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하락해 이번 금융위기에 보다 잘 견뎌낼 것으로 판단하고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부채비율은 자본총계를 부채의 총계로 나눈 건데요. 자본총계에는 자산이 포함되고 이에따라 자산이 증가하면 부채비율은 하락하게 됩니다.
2 자산재평가 이런 것은 주의해라
질문)자산재평가를 회사가 너무 유리하게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시장에서 제기되던데요. 무슨 얘긴가요.
답)네, 항상 그렇지만 부작용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구요. 얼마전 거래소가 코스닥기업들이 자산재평가를 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가 형평성 논란이 일자 그만둔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부실한 일부 코스닥기업들이 자산재평가를 이용해 주가를 띄우려한다는 우려가 없지는 않습니다.
또 일부 부도덕한 기업들은 회사에게 유리한 재평가만 하려한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이를 테면 회사가 보유한 토지가 10곳이 있는데, 그중 평가이익이 큰 곳만 재평가를 하는 식입니다. 이런 것은 규정에 어긋납니다. 토지만 해도 되고, 건물만 해서 장부에 반영해도 됩니다. 그런데 일부 토지, 건물의 일부만 해서는 안됩니다. 재평가 이후 자산이 무조건 증가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장부가보다 낮은 가격의 자산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가상각도 조심해야합니다. 감가상각이 덜 끝난 설비를 비싸게 재평가할 경우 감가상각비가 늘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3 토지, 건물, 기계 장치 많은 기업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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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토지 뿐 아니라 기계 장치나 건물까지 재평가 대상이 된다구요.
답)네, 기업의 자산은 크게 무형자산과 유형자산으로 나뉩니다. 자산재평가에서 영업권, 특허권 같은 무형자산은 제외되구요. 토지 기계장치 건물 같은 유형자산만 대상입니다. 많은 토지를 보유한 자산주들, 기계장치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장치산업, 강남에 비싼 빌딩을 보유한 기업들의 가치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자산이 증가하면 부채비율이 하락하게 됩니다. 부채비율이 떨어지면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듭니다. 은행들은 부채비율이나 수익성 등을 점검한 후 기업 대출 금리를 조정하는데요. 부채비율이 낮다면 당연히 유리한 평가를 받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재평가에는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 자산 재평가로 발생한 이익에 대해 3% 정도의 세금을 물릴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이번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워낙 심하고 때문에 정부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 파격을 단행했습니다. 큰 특혜로 볼 수 있는 겁니다.
4 기업들 재평가 공시 러시, 파워풀한 테마로
질문)구체적으로 상장사들의 움직임을 알아보죠. 어떤 기업들이 자산재평가를 하겠다고 했나요.
답)네 제가 거래소에 문의해 재평가 공시를 한 기업들을 뽑아봤는데요. 거래소 17개, 코스닥 14개 기업들이 올들어 자산재평가 공시를 했습니다. 갈수록 증가하는 추센데요, 어제는 거래소 코스닥을 합쳐 6개 기업들이 재평가 공시를 했습니다. 거래소의 경우 한진 같은 대기업이 재평가 공시를 했구요. 카프로 무림페이퍼 남선알미늄 보루네오가구도 재평가를 결정했습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한광을 시작으로 상보 서희건설 삼원테크 성호전자 솔믹스 등이 재평가를 결정했습니다.
지금까지 재평가 예상 이익이 가장 큰 기업은 한진으로 1550억원이었고 송원산업도 1098억원의 재평가 이익이 기대된다고 공시했습니다. 시가총액보다 훨씬 많은 재평가 이익을 산정한 기업들도 적지 않습니다.
단골 자산주인 서부트럭터미널의 경우 공시는 안했는데 1200억원 가량의 재평가 차익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랜드백화점 동서 에이스침대 양지사 등도 유력 후보로 꼽힙니다.
연말 결산이 임박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자산 재평가 공시는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5 주가반응, 단기 급등 이후 하락 경향
질문)자산재평가 이후 해당 기업의 움직임은 어떤가요. 아마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게 아닐까요.
답)네. 보셔서 아시겠지만 하루 이틀 정도 상한가에 오른 이후 차익매물이 나오면서 급락한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공시 전에 이미 상당히 주가가 급등한 경우도 있었구요. 일단 재평가 테마 초기 국면이라선지 데이트레이더들의 공략대상이 된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초단기 투자자, 이른바 스캘퍼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던데요. 일정한 시세 패턴은 없었는데, 지금까지 보면 단기 급등에 그치는 예가 많았습니다.
6 재평가 찬성론자, 기업 가치의 재발견
질문)언제나 그렇듯이 재평가를 놓고도 찬반 양론이 있던데요. 먼저 찬성론자들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답)옹호론자들은 자산재평가는 회사 경영진이 반드시 해야할 의무라고 봅니다. 세금까지 내지 않는 마당에 회사의 가치를 바로잡을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겁니다. 집에 있는 다이아몬드도 닦아야 보기 좋고, 빛이 난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매일매일 수고를 해가며 말끔하게 차려입고 출근하는 것도 자기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중 하나일텐데요. 재평가가 바로 이렇다는 겁니다. 실제 장부상의 자산이 500억원인 회사와 1000억원이 회사를 보는 시장의 관점은 차원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일반인 뿐 아니라 기관투자가들도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구요. 지금 당장은 주가가 단기투자자에 의해 급등락하고 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늘어난 자산은 주가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7 반대론자, 현금의 유입은 아니다.. 이미 주가에 반영?
질문)너무 들 뜰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던데요. 장부상만의 변화가 주가로 반영되는데엔 한계가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답)어제 저녁 한 펀드매니저에게 전화를 해서 재평가 어떻게 보느냐 물었더니 의외로 썰렁한 답이 오던데요.
장부상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재평가를 하는 것일 뿐 현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해서 기업가치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겁니다. 그럴듯한 포장일 뿐이라는 거죠. 그리고 펀드매니저 본인은 이미 장부상 자산이 아니라 실재 가치를 파악해 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은 재평가 소식을 뉴스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기관은 다르다는 겁니다. 사실 기관들이 업으로 삼고 있는 기업 탐방이라는 게 장부 가치와 실제 가치의 차이를 확인하는 성격이 강하기도 합니다.
8 PBR의 혁명? 옥석가리기-꾸준한 관심 필요
질문)증시가 1200 돌파에 번번히 실패하면서 중소형 개별주 장세가 강화되는 모습인데요. 자산재평가 테마도 한동안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끝으로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네)아시겠지만 기업분석 용어중 PBR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주당순자산비율이라고 합니다. 순자산은 자산 전체에서 부채 모두를 뺀 겁니다. 한주당 기업의 순자산이 1만원인데, 현재 주가가 9000원이면 PBR은 0.9배입니다. 요즘 코스피의 PBR이 이 수준입니다. 1배도 채 안되는 겁니다.
PBR은 자산이 많은 기업을 분석할 때 유용하구요. 또 요즘처럼 침체장에서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회사가 이익을 내고 있는데 기업의 PBR이 1배가 안된다는 것은 저평가 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0.5배 정도라면 극심한 저평가죠. 찾아보면 이런 데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산재평가로 주당순자산이 뛴다면 PBR은 더 낮아질 수 밖에 없고, 기업들의 저평가 정도는 심해진다고 봐야죠. 상장사들이 너나 없이 재평가를 하고나면 우리증시 PBR도 낮아질 겁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기업과 증시의 PBR이 낮아지는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저도 참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