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수익증권 직접매입에 증권업계 '곤혹'

연기금 수익증권 직접매입에 증권업계 '곤혹'

이재영 기자
2009.03.04 08:15

감사원 지적...판매보수 절감 취지

이 기사는 03월03일(14:49)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연기금들이 수익증권 직접 매입 비중을 높이고 있다. 판매보수 절감을 위해서다. 연기금의 이런 변화에 판매보수 수입이 줄게 된 증권사는 물론 관리비용이 늘어난 자산운용사들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일임계약을 통해 수익증권을 매입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 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주요 연기금들도 일임계약 비중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산운용사와 일임계약을 맺어 판매사(증권사) 없이 수익증권을 직접 매입하겠다는 것. 판매보수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동안 연기금은 대부분 판매사인 증권사를 통해 수익증권을 매입해왔다. 국민연금만이 2006년부터 판매사를 통하지 않고 자산운용사와 직접 거래를 했다.

판매사는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주며 판매보수를 받았다. 판매보수는 상품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채권형 10bp · 주식형 10bp · 부동산 등 특별자산 100bp 수준이다.

이에 따라 주요 연기금이 지난해 증권사에 지급한 판매보수는 운용 규모에 따라 대략 10억원에서 2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기준 사학연금이 17억원, 공무원연금이 13억원을 지불했다.

연기금이 일임계약 비중을 늘리기로 한 것은 감사원의 지적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감사원은 주요 연기금에 대한 감사 직후 '수익증권 매입 관련 판매보수 지급이 부적정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2006년부터 자산운용사에서 직접 수익증권을 매입할 수 있게 됐는데 계속 증권사와 거래를 해 지급하지 않았어도 될 판매보수를 낭비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이 연기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제히 판매사와의 수익증권 거래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판매보수 지급에 대해 감사원에서 지적을 받았다"며 "앞으로는 판매사 없이 자산운용사와 일임계약을 맺어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격탄을 맞은 주요 증권사 법인금융상품영업부는 울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연기금을 상대로 한 수익증권 신규 판매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수익증권을 대체해 연기금에 직판할 수 있을만한 새 상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A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2분기까지 매 분기 10억원이 넘는 판매보수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3분기 신규 판매가 뚝 끊기며 판매보수 수익이 5억9000만원으로 반토막났다. 4분기엔 주식 시장 침체까지 맞물려 5억원을 밑돌았다.

판매보수를 '부적정 비용'으로 여기는 감사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판매사는 판매보수를 받는 대신에 투자에 대한 자문 · 상품 제안 · 운용사 감시 · 환매 시 신용보강 등 수익을 위한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판매보수를 받는 만큼 판매사들도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단순한 중개수수료이기 때문에 절감할 수 있다는 시각이 아쉽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도 연기금과의 수익증권 직거래가 달갑지만은 않다. 운용보수는 그대로인데 예전에 판매사가 담당하던 서비스까지 자산운용사가 책임져야 할 몫이 됐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담당자는 "판매사를 통해 수익증권을 파는 것이 운용사 입장에서도 편하다"며 "수수료를 더 받는 것도 아닌데 판매사가 해야 할 관리업무는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연기금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연기금 운용담당자는 "일부 자산운용사가 비용 등의 문제로 일임계약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감사원의 지적사항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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