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이리버 김군호 사장의 '디자인 경영' 눈길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아이리버(옛 레인콤) 본사. 이곳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8층에 이 회사의 디자인실이 위치하고 있다.
디자인실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카페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사무실 벽을 따라 놓인 진열장에는 모양이 특이한 소형 IT기기에서 장난감, 총, 술병, 카메라 등이 즐비했다. 모두 디자인 영감을 얻기 위한 소품이라는 게 디자인실 관계자의 말이다. 심지어는 직원들이 해외출장 길에 구입한 노트와 슬리퍼 깔창까지 진열돼 있다.
디자인실을 둘러보는 순간, 회의실 한쪽 벽면에 설치된 아크릴판이 눈에 확 들어왔다. 직원들이 회의를 하다가 혹은 일하는 와중에도 갑자기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곧바로 그려넣기 위해 설치된 것이라고 한다. 한순간 떠오르는 생각도 놓치지 않으려는 이런 디자이너들의 노력 덕분에 아이리버는 2009 레드닷디자인어워드를 비롯해 일본 굿디자인어워드, 2009 CES, 독일 iF디자인상 등에서 상을 휩쓸었나 보다.
"앞으로 소리, 냄새, 질감 등 작은 부분까지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오감 만족 디자인으로 승부할 생각입니다."
아이리버의 최고경영자(CEO) 김군호 사장의 말이다. 김 사장은 2007년 아이리버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합류할 당시부터 '360도 디자인 경영'을 강조해왔다. 올초 CEO로 내정된 뒤부터는 모든 경영회의에 디자이너들을 배석시킬 정도다. 김 사장은 디자인이 회사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 사장은 1989년 삼성전자 독일주재원으로 있던 시절에 아우디 승용차를 처음 타봤을 때의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문 열 때의 느낌과 새 차 냄새 등 세심한 부분까지 디자인 연구를 통해 개발됐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충격을 받았죠.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을 예쁘게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감각 하나하나까지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김 사장은 인터뷰 도중 아이리버 제품 포장재를 건넸다. 겉포장재를 뜯지 않아도 MP3플레이어 제품을 훤히 볼 수 있는 투명재질의 플라스틱 상자였다. 김 사장은 상자 중간칸에 뚫려있는 작은 구멍을 가르키며 "제품을 개봉하면 버려지던 패키지를 비누각이나 연필꽃이, 재떨이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디자인이죠. 이 포장재로 재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에 대한 고객들의 아이디어도 응모받고 있죠. 잠깐 생각할 수 있는 '재미(Fun)'까지 더해준다면, 고객들에게 더 정감가는 브랜드가 되지 않을까 해서요"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오감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신제품들을 내놓겠다"면서, 특히 모바일 인터넷을 지원하는 컨버전스 제품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