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마흔입니다. 본격적인 중년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의 두려움,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자각으로 마음은 부표 없이 바다를 떠도는 조각배처럼 흔들립니다. 하긴 재일교포 강상중씨가 쓴 '고민하는 힘'에 보니 비슷한 고민을 했더군요. "나도 사십대쯤에 나이를 먹는 것이 두려웠던 적이 있습니다. 기력과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마흔을 앞두고 고민의 바다 속을 허우적거리다 고민의 본질이 무얼까 파고들어가 봤습니다. 결론은 세 가지더군요. 돈과 일, 그리고 의미였습니다.
마흔만 돼도 회사에서 자리 지키기 쉽지 않은 고용불안의 시대에 돈 문제는 모든 중년의 공통된 생존의 고민입니다. 게다가 중년이면 아이들은 한창 많이 먹고 많이 배워야 할 때니 쓸 돈은 더 많아집니다. 그래서 요즘 상가 투자에는 30, 40대가 몰린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조기퇴직으로 인해 고용이 불안하니 매달 꼬박꼬박 월세가 나오는 상가 하나로 '인생의 우산'을 챙기자는 거죠.
하지만 중년의 고민은 단순히 돈 문제를 뛰어넘습니다. 교회에서 목사님이 일하는 분들을 위해 기도를 해주겠다며 일하는 분들은 다 일어나라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잘 차려 입으신, 보기에도 유복해 보이는 머리 희끗희끗한 몇몇 남자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앉아 계시더군요. 돈은 많아 보이는데도 왠지 딱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돈보다는 일입니다.
강상중씨의 말을 빌자면 '일을 한다'는 행위의 가장 밑바닥에는 '사회 속에서 자기 존재를 인정받는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 일을 하는 이유는 사회 속에서 '타자로부터 배려'를 얻고 또 '타자에 대한 배려'를 베풀기 위해서라는 것이죠.
늙어감이 두려운 이유는 사회에서 인정 받지 못하게 될까,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게 될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중년에 바람이 나는 것도 자신의 존재를 타자로부터 인정 받기 위한 몸부림 탓이 아닐까요. 그래서 중년이라면 마땅히 돈보다는 일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게 된다면 나는 내 나머지 인생을 무슨 일을 하며 지낼 것인가, 이것이 중년의 더 본질적인 고민입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대개 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신성한 노동'이라고 하지만 웃기는 얘기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하기 싫은 노동을 억지로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중년 이후의 일도 생계를 위해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여기에 중년의 세번째 고민이 있습니다. '나도 꿈이 있었는데,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 이 나이에 이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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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만 그런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중년이 된다고 그런 현실이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중년이 돼서 하고 싶은 일 다하고 살다간 '추하다'는 얘기를 듣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중년의 일은 관점을 바꿔 바라봐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에서 '의미 있는 일'로요.
청년일 때는 사회에 나와 적응하고 가정을 꾸리느라 주위를 살피지 못하고 정신없이 달리기만 했습니다. 중년에 즈음해선 숨을 고르고 내가 하는 일이, 내가 사는 삶이 다른 사람에게 또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길지 않은 인생, 이 지구상에 어떤 유산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이것이 중년의 가장 절실한 고민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낼 모레'면 마흔인 저는 요즘 고민의 바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많이 늦기 전에 어떤 '의미'든 건져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