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급 최초로 개인 대상으로만 모집주선...청약률 27% 못미쳐
이 기사는 05월15일(12:11)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동부건설(8,010원 ▼140 -1.72%)(신용등급 BBB)이 개인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회사채 모집주선에 나섰지만 참패했다. 최근 고금리 회사채에 대한 개인들의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모집액은 목표의 27%도 채우지 못했다.
BBB급 기업이 개인만을 대상으로 한 일반 회사채 모집주선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증권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마침 대기업그룹 구조조정이 이슈로 부각돼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컸다. 다른 기업이 내놓은 좋은 조건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경쟁에서도 밀렸다.
◇ BBB급 기업 모집주선 회사채 발행 첫 시도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채권을 인수할 증권사를 구하는 관행이다. 증권사는 인수한 채권을 자체 보유하거나 기관 또는 개인투자가에게 재판매한다.
그러나 동부건설은 지난달 말 300억원 규모의 공모 사채 발행을 추진하면서 인수사로 참여할 증권사를 선정하지 않았다. 대부분 기관투자가들이 BBB급 이하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어 선뜻 총액인수에 나서는 증권사가 없었다.
동부건설은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모집주선 청약에 나섰다. BBB급 기업이 모집주선 방식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이번이 국내에서 처음이다.
모집주선은 청약미달 등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발행사가 감수해야 한다. 증권사는 청약 업무만 담당한다. 대우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았고 동부증권·굿모닝신한증권·키움증권이 모집주선회사로 참여했다.
회사와 주관사는 개인 수요만으로도 목표액 300억원을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고금리 회사채에 대해 개인들이 높은 관심과 수요를 보였기 때문이다. 동부건설이 제시한 금리는 10.3%에 달해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 했다.
하지만 청약률은 0.267 대 1에 그쳐 예상외로 매우 저조했다. 발행목표액 300억원 중 80억원만 팔렸다.
◇ 발행시장선 BW 인기...청약시기 조율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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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주관을 맡은 대우증권은 발행 추진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15일 "만기 1년6개월·금리 10.3% 회사채에 투자할 개인들의 수요가 충분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가장 큰 원인으로 청약시점 선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BBB급 기업들이 좋은 조건으로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에 나서다 보니 동부건설 회사채는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BW발행이 마무리되는 6월 중순쯤 청약을 했다면 무리 없이 성공했을 것"이라는 자체 분석을 내놨다.
채권 환매가 불가능한 점도 개인들이 외면한 원인으로 꼽았다. 투자자 모집에 나선 대우증권 지점에는 채권 환매가 가능하냐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한다.
발행사인 동부건설은 100% 청약에 실패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개인을 상대로 최초로 공모에 나선 점 △은행 신규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8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점은 나름 의미가 있다"면서도 "만기를 1년으로 줄였다면 수요가 더 늘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 청약 부진이 오히려 전화위복 될 수도
그러나 시장참여자들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그룹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민감한 시점에서 불필요한 움직임을 자제하고 악재를 줄여야 했다"며 "발행사와 주관사 모두 무리한 행보를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7%에 못 미치는 청약률은 개인들이 동부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한 결과"라며 "개인들이 철저하게 외면하면서 그룹 리스크만 부각시킨 자충수를 둔 셈"이라고 꼬집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만기가 짧은 채권을 개인에게 팔았을 경우 상환부담이 클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기관이 인수한 채권은 협의를 통해 만기 연장에 성공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리테일용(소매)으로 판매된 채권은 만기가 되면 대부분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동부건설이 지금의 재무상태로 1년6개월 뒤 상환자금 300억원을 확보할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다"며 "미청약된 것이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채권단으로부터 B급 판정을 받은 몇몇 건설사와 해운사들은 이번 동부건설 회사채 발행결과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동부건설이 청약에 성공한다면 같은 방법으로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약 실패로 이 같은 방식의 회사채 발행은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