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본 고객에게 수수료 내라 할 수 없죠"

"손해본 고객에게 수수료 내라 할 수 없죠"

대담=강호병증권부장, 정리=원정호기자, 사진=유동일기자
2009.08.24 12:13

[머투초대석]이형승 IBK투자증권 사장 "눈앞이익보다 신뢰 우선"

[편집자주] - 지점수익률 공개, 손실땐 수수료 면제 - 40대 새내기 사장, 증권벤처정신 강조 - 기업은행 추천 12개 기업중 5~6개 IPO추진중 - 베스트애널리스트보다 베스트 하우스지향..애널에 다양한 기회

"숫자로 1등인 증권사는 있지만 본을 받을 만한 행동으로 업계를 이끌어가는 진정한 리딩 증권사는 없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신뢰로 업계를 선도해가는 새로운 증권사 모델을 보여주겠습니다."

IBK투자증권 이형승사장(사진=유동일기자)
IBK투자증권 이형승사장(사진=유동일기자)

지난 6월 IBK투자증권 사령탑에 오른 이형승 사장(사진)은 증권업에 벤처철학을 담은 이른바 '증권벤처' 정신으로 업계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설 증권사의 40대 새내기 사장의 이런 꿈에는 국내 증권업의 현주소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다.

이 사장은 대담 내내 '소통'과 '신뢰'를 강조했다. 외환위기 이후 고객이야 손실을 보든 이익을 보든 나만 수수료 잘 받으면 된다는 풍토가 확산되며 고객과 점점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문제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객과 멀어지다보니 제공하는 서비스에 제값을 받기 더 힘들어지고 상품이나 딜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를 제대로 못해 더 가격경쟁으로 흐르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런 인식속에서도 이사장은 후발주자로서 남들 하는대로 적당히 따라가지 않기 로 했다. 개척자 정신으로 기본에 충실한 남다른 IB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자본시장법 이후 저마다 한국형 IB를 외치고 있지만 모델 이전에 사업의 기본인 '신뢰'부터 바로 세워야한다는 것이 이 사장의 생각이다. 주식고객이 손해나면 매도수수료를 면제하는 로스컷 프리(Loss Cut Free)제도, 지점별 평균수익률 공개 등이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들이다.

- 취임 일성으로 고객과의 소통과 신뢰를 강조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가 주식값이 급락하자 망하는 증권사가 여러개 생겨났지요. 이때부터 업계가 위험 부담을 지지 않고 사업하는게 최고 선인양 받아들였지요. 중간에서 거래를 성사시키고 수수료를 받는 일에 치중한 것이죠.

너도 나도 그러다보니 고객이 흥하든 말든 수수료만 받자는 주의로 나가게 됐고 신뢰가 약해졌습니다. 어떻게 성장전략을 꾸려갈까 고민 많이 했습니다. 우리는 신뢰를 키워드로 택했습니다. 고객이 손해볼 때 같이 힘들어하고 고객이 이익을 볼때 같이 돈을 버는 차별화 전략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개인고객과 신뢰회복 복안을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로스컷프리(Loss Cut Free)'제도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는 고객이 주식거래를 하다 손실을 입었을 때 매도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제도입니다. 최저가격을 설정해 거래수수료 할인경쟁을 벌이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고객 손실을 고객과 신뢰를 쌓겠다는 것입니다. 추천한 종목으로 고객이 수익이 봤을때는 그 대가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수수료를 받을 생각입니다. 이런 저런 오해로 당국과 협의과정 때문에 아직 실행되고 있지 않지만 관련 감독규정이 정비되는 대로 바로 다시 추진할 생각입니다.

-고객의 펀드투자에서도 신뢰를 강조하신다고요.

▶신뢰를 앞세우는 증권사라면 추천한 펀드가 손해날 경우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사실 펀드투자 제대로 안하면 주식보다 더 위험합니다. 주식이야 자신이 어떤 종목을 샀는지 기억하지만 펀드는 종목이 어떻게 바뀌는지 잘 모르죠. 물론 매달 운용내역을 펀드매니저에게 우편으로 받지만 내용이 복잡해서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판매사도 운용사가 잘 하겠거니 하고 있고 수수료를 많이 받는 상품을 많이 추천하는 유혹을 받습니다. 간접투자의 위험성을 고객에게 정확히 알리는 것도 신뢰를 복원하는 일입니다.

-지점별 평균수익률에 대한 공개 방안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IBK투자증권의 지점별 고객수익률 평균 얼마나 되는지 알려주고 싶습니다. 무슨 종목 추천해 투자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알면 투자자가 믿을만한 거래지점을 찾는데 도움이 되죠. 그리고 일선 영업사원에게도 경쟁 지점과 자신의 지점 수익률을 비교가 되니 더 고객을 위해 분발하는 유인이 될 것입니다.

-자본시장법 후 시너지경영이 화두로 떠올랐는데 기업은행과는 어떻게 협동하고 있습니까.

▶IBK투자증권이 주관한 1호 기업이 곧 거래소에 상장됩니다. 이를 포함해 기업은행에서 모두 12곳의 기업공개(IPO)를 추천받았는데 이 중 5~6개가 현재 IPO 진행중입니다. 중소기업 지원은 기업은행 그룹의 기본 사명이죠. 그 취지에 부응하기 위해 IB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이미 지난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프라이머리CBO(P-CBO)발행, 코스닥 우량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기자본투자(PI) 등 눈에 띄는 실적을 거뒀습니다. 올 연말까지 2~3개 기업을 상장시키는 게 목표인데 이들 기업과 끝까지 함께 가는 증권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증권사 리서치 문화도 바꿨다고 들었습니다.

▶사람에 의존하던 리서치센터 문화를 팀워크 시스템으로 바꿨습니다. 늘 베스트 애널리스트보다는 베스트 하우스가 돼야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기 몸값만 키우는 개인플레이로 기울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리서치 문화에서 회사의 존재는 없죠. 또 애널리스트들이 다양한 경력을 가질수 있도록 법인영업 투자은행(IB)영업 등 다른 분야에도 진출의 문호를 열어놓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리서치센터장 한자리만 쳐다보고 경쟁토록 할 수는 없쟎습니까. 리서치 하다가 다른 일 해보고 싶다면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IBK투자증권 이형승사장
IBK투자증권 이형승사장

- 기업분석할 때 무엇을 가장 강조합니까.

▶자주 현장에 가봐야죠. 과거 데이터만 보고 평가하면 결론은 똑같습니다. 지금 보는 실적은 2~3개월 전 것입니다. 외국사람들 투자할 때 해당 사업장에서 직접 가서 사람 만나보고 결정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재무책임자(CFO) 만나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수치에 나와있지 않은 정보를 파악해야 합니다. 딜을 할때는 고급 신사복 필요하지만 파악을 할때는 작업복 입고 현장 찾아야 남들보지 못하는 곳을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이 위험해보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보기에 위험하면 투자를 안해야 합니다.

-사장 직전 IB사업부 부사장으로 계셨는데요. 국내 증권사나 IB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글로벌 플레이어' 도약이 필요합니다. 국내서 1등하는 증권사면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입니다. 은행이든 증권이든 1등업체가 좁은 국내시장에만 안주하다 보니 나만 살기식 경쟁으로 흘러 돈은 돈대로 못벌고 고객과의 신뢰만 훼손됐습니다. IPO 이든 주식위탁매매 이든 출혈경쟁 하다보니 수수료가 크게 내려갔습니다. 관련 조직 훈련시키고 인력을 제대로 키우려면 적정 비용을 벌어야 합니다. 우리끼리 출혈 경쟁하고 제대로 노하우를 쌓지 못하다 보니 큰 딜은 외국계에 뺏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작은 제조업체도 해외로 나가는 판입니다. 만시지탄이지만 큰 데는 지금이라도 해외로 나가서 승부를 벌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국내에서만 아웅다웅 하다간 희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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