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프리드먼의 '렉서스'는 어디에?

[기자수첩]프리드먼의 '렉서스'는 어디에?

조철희 기자
2009.09.07 16:28

뉴욕타임스(NYT)에는 대조적인 두 명의 칼럼니스트가 있다.

한 명은 기자 출신으로 퓰리처상을 세 번이나 받은 토머스 프리드먼이다. 그의 대표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보면 알 수 있듯 그는 개방경제, 세계화,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다. 오바마 정권 출범 전후부터 비난을 쏟아냈지만 최근 들어서는 공세의 고삐가 느슨해진 모습이다.

다른 쪽에 서 있는 칼럼니스트는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다.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비판론자이자 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을 강조하며 케인스주의자를 자처한다. 그는 오바마 정권 탄생에 일조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지지부진한 의료개혁 등을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두 칼럼니스트가 NYT에 기고하는 칼럼들을 읽어 보면 신자유주의 주류의 미국 내 지성 지형도가 변화하고 있는 모습의 단면을 엿보는 것 같아 상당히 흥미롭다.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주 2회 실리는 프리드먼의 칼럼 중 최근 들어 경제 현안이나 경제정책, 경제이론을 다룬 글들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아프간·이라크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등 외교 이슈가 대부분이다.

연초에만 해도 오바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적 칼럼을 연달아 쓰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미 의회가 월가의 보너스 지급체계를 직접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했던 지난 7월 마지막 주, 그의 칼럼 소재는 엉뚱하게도 골프였다.

지난 6월까지 거슬러 돌아가면 겨우 경제 얘기를 찾아볼 수 있다. 그 달 마지막 칼럼에서 프리드먼은 위기에서 혁신을 추구하자는 단골 레퍼토리를 되풀이했다. 연초에 오바마 대통령이 큰 도박을 하고 있고, 대공황 시기의 루즈벨트처럼 과도한 시장 개입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실패할지도 모른다며 자신의 이론을 수호하고자 하던 대목에선 차라리 '결기'라도 느낄 수 있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그의 주장의 상징은 '렉서스'다. 그런데 그런 렉서스를 생산하는 토요타가 올해 최악의 경영난을 겪으며 '중고차 보상 프로그램'이라는 오바마 정부의 시장 지원 정책에 큰 도움을 얻는 모습은 역설적 장면이다. 프리드먼의 렉서스는 어디로 갔을까?

반면 크루그먼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공명(共鳴)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자신이 오바마 정권을 지지했던 명분 중 하나인 의료개혁 정책에 대한 칼럼을 집요하게 써 나가고 있다. 또 오바마 정부의 시장 개입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때때로 개혁성이 흔들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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