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과 방송업계에선 민영미디어렙 도입 논의가 한창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독점해온 지상파 방송광고 대행 제도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아 연말까지 관련법안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영미디어렙 도입은 방송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전체 방송매출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광고수익이 달려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방송광고 매출은 3조2148억원. 매년 지상파방송광고 매출은 줄어들고 케이블방송 등 뉴미디어 광고매출은 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PP광고 매출의 3분의 1정도가 지상파계열PP가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PP를 추가 런칭하며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력이 없는 PP들은 자생적인 콘텐츠 제작능력을 잃고 있다. 투자가 없으니 질 높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도 수급할 수도 없다. 철지난 지상파 콘텐츠를 재방영하거나 값싼 해외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다. 콘텐츠 다양성을 위한 전문채널 활성화가 공허한 소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영미디어렙이나 가상광고, 간접광고 도입 등 지상파 광고 규제 완화를 유예해달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영미디어렙이 지상파와 케이블 광고를 동시에 파는 등의 교차·결합 판매를 허용할 경우 지상파계열PP 광고 집중 현상은 강화될 수 있다. 개별PP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PP들은 광고규제 완화를 3~4년 유예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간을 달라고 주장한다. 물론 지상파방송 광고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로 묶여있을 동안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 편성 다툼만 한 PP들의 책임이 없지 않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본질적인 노력을 진행해야하는 것은 자명하다.
오는 12월까지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광고제도 논의가 늦어진 감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시일에 쫓겨서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결정하는 것은 최악의 수가 될 수도 있다. 채널은 많지만 빈곤한 콘텐츠에 허덕이는 현재 방송시장 상황이 심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KOBACO에 의존해 온 지역방송이나 종교방송뿐 아니라 PP 등 관련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