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걸작'이라는 말이 있다. 영화나 문학작품 등 문화계에서 주로 쓰이는 말로 인기나 대중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두고두고 인정받는 작품을 말한다. 영화감독 오손 웰즈(미국), 중국 왕자웨이(왕가위), 우리나라 김기영씨의 몇몇 작품이 이런 부류로 꼽힌다.
저주와 걸작은 어찌보면 양립하기 어렵지만 이제는 관용어가 됐다. 평단과 관객의 지지와 비난이 공존하는 특징도 있다.
현재 경제상황에 빗대보면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저주받은 걸작이 될 개연성이 있다. 저주는 재계와 정부의 극렬한 반대 표명일 것이고 당장 한은의 금리인상으로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날 테니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없는 것도 그 기반이다. 걸작의 조건은 짧게는 1∼2년 뒤 또는 먼 훗날 도래할지 모를 경제 혼란을 사전에 방지했다는 평가일 것이다.
지난 15일 국회의 한은 국정감사에서도 금리인상에 대한 정치권의 찬반 설전이 뜨거웠다. 걸작이 될지, 졸작이 될지 모르지만 작품 '금리인상'의 감독 이성태 한은 총재는 시나리오를 서서히 공개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금리인상이 임박한 것처럼 분위기를 잡았다 이달 들어 다시 유보론으로 돌아선 것은 현재진형행인 각본이다. 하지만 국감을 통해 인상폭 조절이라는 새로운 복선의 가능성도 내비친 상태다.
저주의 비난이나 걸작의 찬사 수위를 조절해 절충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개봉(인상)시기에 융통성을 두거나 사전에 학계를 중심으로 한 평단(또는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어찌보면 모두를 그럭저럭 만족시키는 평범한 작품이 되는 것도 또다른 대안이다.
저주받은 걸작 개봉의 열쇠를 쥔 이성태 총재는 지난 주말 술을 곁들인 한 모임에서 '감격시대'라는 옛 가요 1곡을 불렀다. '저어라 저어라~' 그는 긴 준비과정을 겪으며 고뇌하고 있다. 41년 한은맨으로서 평생의 역작이 될 결정에는 그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소망도 녹아있다. '희망봉 멀지 않다 행운의 뱃길아'라는 가사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