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유동성에 우려감..회사채 시장에서도 기피 현상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기 전 우리는 거의 모든 M&A에 박수를 보냈다. 결혼식장에서 누구도 '잘못된 만남'이니 헤어지라고 말하지 않듯이'
강영일 HMC투자증권 연구원이 최근 M&A로 성장한 기업들을 분석한 보고서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됐다. 금호그룹의대우건설(32,400원 ▼800 -2.41%)인수 후 존폐에 위기에 몰릴 정도의 후유증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화는 대우조선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입찰보증금 3000억원을 떼였다. 하이닉스의 주인 찾기는 몇 차례 무위로 돌아갔다.
17일 외국인의 매수가 몰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모두 1% 이상 상승세다. 대형주는 물론 중소형주들도 모처럼 기지개를 펴며 봄볕을 쬐고 있지만 STX그룹주는 모두 2~3%대 하락했다. 대우건설 인수 추진 때문이다. 시장의 반대의사는 선명하다.
인수 시나리오는 이렇다.STX(3,530원 0%)가 산업은행 사모펀드(PEF)가 추진 중인 대우건설 지분 50%+1주 매입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다는 것. SI로 참여할 때 대우건설 지분 15% 정도를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약 1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훗날 50% 지분 인수에 나선다고 하면 3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3분기말STX조선, STX,STX엔진(54,800원 ▼3,900 -6.64%),STX팬오션(5,940원 ▼90 -1.49%),STX엔파코(95,000원 ▼4,900 -4.9%)등 STX그룹의 5개 상장사 순차입금은 3조8000억원에 육박했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조6000억원 수준이다. 지난 2008년 순차입금이 2조원이 채 안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 안정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만약 현 시점에서 1조원 가량을 대우건설 지분 15% 인수에 사용하면 운전자금에 구멍이 생길 것"이라며 "STX가 3조원가량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비상장사들과 해외 자회사들의 현금 모두를 포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STX그룹의 재무 평가를 보여주는 사례 하나. 최근 한 증권사 리스크 관리부서에서 STX 그룹 회사채 인수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위험하다는 쪽과 그렇지 않다는 쪽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 증권사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분위기는 인수하지 않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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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증권사들에게 STX그룹 회사채는 기피 대상에 올라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량 고객들이 STX 회사채를 사지 않으려 해 취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HMC투자증권 강영일 연구원은 "STX는 수익구조는 조선업황과 직결되는 구조인데 조선업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캐시플로어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우건설 인수 추진은 차입을 통하지 않고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양정동 연구원도 우려감을 나타냈다. 양 연구원은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면 인수 자금 또는 운전자금 모집에 나설 것이고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높은 금리가 적용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필요 이상의 우려는 금물이라는 주장도 있다. 보유 현금뿐 아니라 현금 확보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 김용식 연구원은 "STX그룹이 가나 이라크 등에서 대규모 플랜트 수주에 성공하면서 대우건설이 필요했을 수 있다"며 "STX에너지, 중공업, 대련조선소, STX유럽 등 비상장사들을 상장시키면 유동성 확보가 아주 어렵지만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