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주주총회를 맞아 여의도에 새 최고경영자(CEO)의 얼굴들이 속속 떠오르고 있다.
계약제인 최고경영자(CEO)가 임기 만료 후 바뀌는 일이야 새로울 건 없다. 하지만 예상 밖의 인사는 늘 뒷말을 낳는다.
KB금융지주는 자회사인 KB투자증권 신임 대표에 노치용 산은캐피탈 사장을 내정했다. 노 사장은 현대건설에 입사해 당시 대표였던 이명박 대통령을 6년간 비서로서 보필했다. 노 사장이 현대증권에서 금융상품 본부장과 영업 총괄 부사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지만 증권전문가라기 보다는 'MB 인사'라는 말이 도는 것도 이때문이다.
KB투자증권은 2008년 3월 KB금융지주가 한누리증권을 인수하면서 KB지주 일원이 됐다. 당시 우후죽순 생겨나던 중소 증권사들이 '레드오션'인 주식중개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줄줄이 적자를 낼 때 투자은행(IB)업무를 특화해 470억원의 순익을 냈다. 연 260% 성장, 1인당 실적 1억8000억여원, 국내 증권사 가운데 1위이다.
지난해 428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이는 보수적인 회계처리로 충당금을 많이 적립했기 때문이었다. 1~3월엔 이미 150억원의 순익을 내며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작지만 탄탄한 성장을 해오던 KB투자증권의 대표가 전격 교체된 데 대해 고개가 갸웃거려질수 밖에 없다.
KB금융 회장 대행을 맡고 있는 강정원 행장이 회장 교체를 앞두고 핵심 자회사 대표를 교체한 것도 사실상 '월권'이라는 말이 나올만도 하다.
동부증권도 고원종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최근 동부증권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도매 업무 및 IB사업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측이 밝힌 교체 배경이다.
하지만 동부 역시 김호중 대표가 의욕을 갖고 수익을 대폭 개선시켜왔다. 지난해 그룹 관계사인 동부하이텍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동부증권이 '기대'만큼 제 몫을 다하지 못한 점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냐는 해석이 고개를 드는 대목이다.
이밖에 모 증권사는 대표가 그룹 오너와 코드가 맞지 않아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찌감치 사퇴의사를 밝혀야 했던 것으로 알려지는 등 증권사 인사를 둘러싼 '비공식 배경'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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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00% 자회사 CEO를 결정하는 건 지주사 혹은 모그룹의 고유 권한이다.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손발이 맞는 CEO를 발탁하는 걸 이상하게 볼 이유도 없다. 그러나 혹여 자본시장의 최전선에 서 있는 증권사의 수장이 모그룹 안팎의 '역학관계' 내지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결정됐다면 문제는 다르다.
하루에도 수십조의 자금이 움직이는 자본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KB투자증권은 2013년 국내 3위 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동부증권은 5년 내 7위 증권사로 성장하겠다는 뜻을 내세웠다. 이들의 목표가 CEO 교체로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