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우리 주식시장 흐름을 보면서 주식시장만큼 변화가 빠른 곳도 없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특히 주식시장을 이끄는 이른바 주도주의 흐름을 보면 더욱 그렇다.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을 전후로 우리 주식시장 주도주의 흐름은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조선, 건설, 기계, 운송업종 등이 2007년 종합주가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이끌었다면 금융위기 이후 종합주가지수를 1700 내외까지 빠르게 복원시키고 있는 것은 IT, 자동차, 화학업종 등이다.
특히, IT와 자동차는 2006년부터 2년 넘게 주식시장에서 소외되었던 한풀이를 하는 양 강한 상승 흐름을 분출하며 지난해 3월 이후 주식시장 흐름을 이끌어 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두바이 사태,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재정위기로 세 차례 등락 과정을 겪었지만 IT, 자동차, 화학업종의 상승 흐름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이들 업종 주도로 주식시장 역시 악재를 이겨내며 빠른 복원력을 보여 왔다. 특히, 지난 2월부터 1750선에 이르는 상승 흐름은 IT, 자동차, 화학업종의 힘이 압도적이었다.
같은 기간 500대 대표기업 시가총액은 증가분 55조원 중 IT(44.0%P), 자동차(23.3%P), 화학(18.4%P)의 시가총액 증가분이 85.7%를 차지한다. 글로벌 경기회복을 반영해 올해 들어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인 운송업종(7.6%P)을 더하면 그 수치는 93.3%까지 올라 간다.
주도주가 건재하다는 것은 지난 두 차례의 복원 과정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여전히 시장의 상승 에너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다. 더구나 이들 업종의 상승이 지난해 빠른 기업이익 복원의 중심이었음을, 예상이익 기준으로 올해 역시 기업이익 증가의 중심축이 될 것임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빠른 주가 상승에 따른 부담보다는 여전히 기대감이 더 크다.
지난해 3월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58% 가량 상승한 데 반해 IT, 자동차, 화학업종은 각각 85%, 177%, 103% 상승해 있다. 그 결과 전체 시가총액에서 이들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도 30.6%에서 38.9%로 8.3%P 높아져 있는 상태다. 단순히 주가만 놓고 보면 상승에 대한 부담이 누적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이 빠르게 진행된 결과 밸류에이션 측면 부담은 크지 않다.
12개월 예상 주기수익비율(PE) 기준으로 IT는 8.9배, 자동차는 9.1배, 9.0배로 시장 PE 9.2배를 하회하고 있다. 기업이익 전망에 근거한다면 이들 업종의 상승 흐름과 시장 주도력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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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재한 주도주, 이에 기반한 우리 주식시장은 과연 온전히 낙관적일까? 그 가능성이 보다 높게 점쳐지지만 몇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은 있다.
첫째, 주식시장 흐름상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다. 주도 업종의 강한 상승 이면에 여타 상당수 업종은 철저히 소외되며 이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약, 철강, 기계, 유통, 전기가스, 건설, 통신, 증권업종이 지난 2월의 업종지수 저점 수준을 하회하고 있고, 은행, 보험업종은 그 수준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까지 내려와 있다. 순환매의 형태든, 동반 상승의 형태든 이들 소외 업종의 흐름이 반전되지 않는다면 건강하고 균형있는 주식시장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둘째,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는 점이다. 주가 상관성이 높은 경기선행지수가 지난해 12월을 정점으로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3개월 연속 상승, 실물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이 현재 주도주 중심 시장 흐름의 근간이다. 그러나 2분기 중에는 실물경기 모멘텀 역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기대의 한편으로 주의도 필요하다.
셋째, 주도주 편향의 수급 쏠림이 커지고 있는 점이다. IT, 자동차, 화학업종 등 주도주에 대한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시각은 다소 불안하다 할 만큼 일방통행으로 정리되고 있는 듯 하다.
이들 업종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추세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기업이익 전망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잣대도 선호에서 쏠림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가의 상당 부분(몸통)이 펀더멘털에 기반하지만 양 극단(머리와 꼬리)은 수급의 쏠림에 기반하는 속성, 주가가 상승할수록 스스로 무거워지는 속성을 고려할 때, 신중한 시각이 함께 요구되는 시점이다. 낙관적인 기업이익 전망에 근거해 일부 업종이 과속 상승했던 2007년 이후 겪었던 후유증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와 기업이익의 복원력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정도로 강력했고 이를 기반으로 주식시장 역시 강하고 빠른 복원력을 보였다. 위기를 마주하고 겪는 과정에서의 체력, 체질 강화로 향후 우리 주식시장의 추세적 상승에 대한 신뢰는 보다 커져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점들과 남유럽 재정위기로 성장의 불확실성이 보다 커진 유로 경제를 고려할 때, 기대감 못지 않게 호흡 조절도 필요하다. 주식시장의 추세적인 상승은 체력과 체질의 부단한 테스트, 단련의 과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