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주주에 등돌린 CEO

[기자수첩]대주주에 등돌린 CEO

김지산 기자
2010.05.19 09:05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코스닥 상장사 A사가 CEO를 물색 중이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후보로 거론된 인물은 A사의 실정 파악에 나섰고, 이 소식이 기자의 귀에 들어왔다.

기자는 지인을 통해 CEO 후보에게 다소 부정적 견해를 전했다. A사의 대주주가 미덥지 못했기 때문이다. CEO를 물색 중이라면 대주주와 현 CEO가 원만하지 못한 관계라는 것을 내포한 것이고 CEO가 대주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기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확신했다.

기자의 예측은 적중했다. 마침 A사의 현 CEO와 안면이 있었고 그로부터 대강의 얘기를 전해 들었다.

A사는 지난해 160억원 손실을 입었다. 전년 손실은 100억원에 육박했다. 실적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다 태양광 소재 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채택했고 적잖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올초부터 작은 규모지만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기주총을 앞두고 이사회가 태양광 사업을 물적분할 해 A사의 자회사로 편입시키겠다고 결정했다. 그러자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던 기관이 즉각 반발하며 주주들의 표를 모으기 시작했다. 표 대결을 벌여 분할안을 저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회사가 간신히 살 길을 찾았는데 대주주가 돈 되는 사업을 주주의 감시권 밖으로 돌려 '딴 주머니'를 차려는 시도라고 해당 기관은 판단했다.

결국 주총에서 A사는 기관을 포함한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했다. 그러나 분할에 미련을 둔 듯 적절한 시기에 주주들을 충분히 설명을 하겠다는 점을 천명했다.

A사와 CEO는 이때부터 갈등이 벌어졌다고 한다. CEO 눈에도 대주주의 행보가 미덥지 않았던 것이다. 대주주는 CEO와 주주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던지 자신의 의지를 고수할 것인지 기로에서 후자를 택한 것 같다. 그렇게 마음먹는 순간 CEO는 `눈엣 가시'일 뿐이다.

A사의 현 주가는 액면가 500원에 현저히 미달한 140원대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A사의 기업 가치 속에는 대주주에 대한 평가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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