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를 위해 지난 9일 시작된 애널리스트 공시제도에 시장의 반응이 싸늘하다. 애널리스트의 시장 영향력에 비하면 공개된 정보는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10년째 종목 분석을 해 온 베테랑 애널리스트의 경력이 뭉텅 잘려 있는가 하면 한 눈에 볼 수 있게 하겠다는 리포트는 아예 접근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어찌 보면 예견된 결과다.
공시가 시작되기 전부터 증권업계와 금융투자협회는 정보 공개 수위를 두고 큰 이견을 보였다. 업계 내에서도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의 이해가 달랐다. 연봉까지 공개해 턱없이 치솟는 애널리스트의 몸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는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에 묻혔다.
리포트를 협회 사이트에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겠다는 노력은 '리포트=사적 재산'이라는 논리에 사라졌다. 그나마 공개된 경력조차 오류가 많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펀드매니저와 달리 애널리스트 공시는 법적 근거가 없다. 협회에서 애널리스트 인적정보를 수집한 기간도 2004년 8월부터다. 증권사의 자발적인 협조만이 공시제도 실효성을 뒷받침할 가장 큰 동력인 셈이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다 공개하면 영업에 지장이 있다"고 몸을 사렸다. 비단 애널리스트 인적 정보만이 아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2008년 5월부터, 주가연계증권(ELS)은 2009년 6월에서야 통계 자료가 공개됐다. 이 역시 개별 증권사 현황은 알 수 없다. '영업 비밀'과 '컴플라이언스(내부규정)'는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증권사에 가장 '합법적인' 대답이 된 지 오래다.
물론 증권업이 고객과의 긴밀한 약속을 기반으로 한다는 특성상 증권사가 모든 정보를 다 공개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 없이 증권업의 성장 또한 이뤄질수 없다.
연봉을 올리기 위해 잦은 이직을 일삼는 '철새 애널리스트' 탓에 한 업종에 10년을 투자한 베테랑이나 철저한 종목 분석을 위해 일주일의 수일을 업체 탐방에 나서는 애널리스트가 묻히는 건 업계나 투자자 모두에게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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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공시가 원활히 이뤄지려면 다수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증시 구성원들 사이에 형성돼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애널리스트의 이해관계에 따른 종목 추천과 잦은 이직 등 해묵은 과제가 '공시'로 해결되긴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