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부, '융통성' 발휘가 필요한 이유

파산부, '융통성' 발휘가 필요한 이유

김효혜 기자
2010.08.23 09:59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8월20일(09:47)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 4월, A사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자체 경영 정상화의 가망이 없었던 A사는 회생계획안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통해 실낱같은 기회를 잡아보려 했다.

1차 공개 매각은 유찰됐다. 뒤이어 주어진 2차 매각의 기회,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A사에게 이번이 '마지막'임을 주지시켰다.

매각 주관사는 딜을 성사시킬 자신이 있었다. 1차 매각이 끝난 시점부터 지속적인 태핑을 해왔던 원매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원매자는 한 가지 조건을 요구해왔다. '딜 소요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켜 줄 것'이었다.

매각 주관사는 이를 파산부에 알리고 '수의계약'형태로 딜을 진행할 수 있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미 한 번의 매각 실패로 A사의 기업가치는 떨어질 만큼 떨어진 상황이었다. 한 시가 급했다. 다시 매각 공고를 내고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하고 입찰을 실시하기에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너무 많았다.

파산부는 이내 고민에 빠졌다. 공개매각 절차를 밟지 않고 곧바로 수의계약을 추진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담당 판사는 혹여 이에 대한 시비가 불거지진 않을까 우려했다.

파산부의 저울은 '효율성'보다는 '절차적 정당성' 쪽으로 기울었다. 파산부는 A사와매각 주관사에게 원칙대로 공개매각 절차 일체를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당장 MOU를 체결할 태세였던 원매자는 이 과정에서 소요된 약 한 달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딜 일정이 늦춰지면서 원매자의 상황은 달라졌고 마음도 바뀌었다. A사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2차 매각은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A사는 결국 청산의 길에 들어섰다.

파산부가 약간의 '융통성'만 발휘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지도 모른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쓰인 한 달이 채 안 되는 시간이 A사의 운명을 갈랐다.

물론 어차피 안 될 딜이었을 수도 있다. 수의계약을 진행 했더라도 딜 클로징이 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M&A에서시간, 즉 타이밍은 매우 중요한 변수다. 수많은 딜이 이에 성패가 좌우된다. 하루가 아쉬운 회생회사 M&A는 더욱 그렇다. 파산부도 이를 위해'인가 전 M&A'라는 제도를 만들지 않았나.

A사의 사례는 '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가 전 M&A의 존재 이유와 이를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파산부가 또 다시 고정된 틀에 박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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