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코스피 지수는 이틀째 쉬어갔다. 1900선 돌파 이후 심리적 부담감과 전날 발표된 삼성전자 실적 가이던스에 대한 실망감이 겹쳤다. 미국 증시가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관망심리가 번지며 혼조세로 마감한 것도 투자심리 냉각에 일조했다.
조정 폭은 크지 않았다. 1900선 턱밑을 벗어나지 않았다. 장중 한 때 낙폭이 커지며 1880대까지 지수가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들어 프로그램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며 반납했던 지수를 고스란히 찾아왔다.
수급 측면에서 주목되는 점은 3대 수급 주체가 모두 매도 우위를 보였다는 것이다. 개인과 외국인 개인은 각각 458억원과 277억원 102억원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은 18일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한 마디로 수급상의 '공백'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시장에서 유일한 매수세를 보인 것은 프로그램뿐이다. 프로그램은 이날 2727억원 순매수를 보였다. 기관에 들어가지 않는 기타법인 등이 보인 841억원의 순매수도 대부분 프로그램 매매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날 시장에서는 프로그램이 3500억원 이상 사들였다.
'수급 공백'이 의미하는 것은 시장에 뚜렷한 모멘텀이 없다는 것이다. 지수대는 이미 만만치 않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미국 경기의 회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고용지표는 서로 엇갈리고 있다. 경기 선행지수 발표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전날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는 시장 기대치 이하로 나왔다. 실적에 대한 기대심리는 이미 시장에 대부분 반영됐다. 단기적으로 시장을 좌우할 경기 모멘텀과 실적 모멘텀이 모두 진공 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반면 프로그램의 대규모 매수세가 의미하는 것은 상승 심리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매매는 상당부분이 선물시장의 베이시스가 좌우한다. 베이시스는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의 격차다. 즉 코스피200지수선물 가격과 코스피200지수의 차이다.
이틀간 조정을 받으며 시장 베이시스는 최고 +1.7의 콘탱고 상태까지 상승했다. 현물시장에 비해 선물시장이 강세를 보였다는 뜻이다. 선물시장은 현물시장보다 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상승 심리는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수급 공백 상태에서 심리에만 의존하는 장세는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언제나 그렇듯 심리는 변덕스럽다. 똑같은 수급공백이 발생했던 9월1일 이후 코스피 지수는 5거래일 만에 2.6% 상승했다. 중국에서 호전된 구매자관리지수(PMI)가 단기 급등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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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특히 이번 주말에는 미국 시장에서 고용지표가 나올 예정이다. 전날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수는 줄어들었지만 전전날 나온 민간 고용지표는 악화됐다. 최근 나온 ISM 제조업지수에서도 고용이 큰 폭으로 줄었던 것으로 나온 바 있다. 고용지표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모멘텀이 부재한 가운데 투자심리가 단기 추세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섣부른 결론보다는 좀 더 경계심을 높이는 가운데 발 빠른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